통신검열, ‘사이버시위’에 ‘혼쭐’

정통부 ‘정보통신 질서확립법’ 추진에 네티즌 분노 폭발

집회와 시위는 광장이나 거리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인터넷시대에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시위가 이루어지고, 때로는 그 시위가 위력을 발휘한다. 최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통신질서확립’을 명분으로 통신검열을 꾀하던 정부 정보통신부가 성난 네티즌들한테 혼쭐이 났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해 ‘인터넷 내용등급제’에 반대하는 네티즌들이 지난 8월19일부터 정통부 인터넷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검열반대’라는 말머리를 단 항의글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사이버시위를 벌였다. 하루 수백통의 항의편지가 밀려들면서 정통부 홈페이지는 평소보다 3~5배나 이용량이 폭주, 급기야 26일 서비스가 지연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정부는 28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일부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보통신이용망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은 그 동안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을 사왔다. 즉, “현행법률과 별도로 온라인매체를 규제하는 법률을 두는 건 부당하다”, “내용등급 기준을 만들고 판단·감시·부과하는 모든 권한을 윤리위에 집중시킴으로써 국가에 의한 ‘검열’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것. 결국 모든 인터넷 이용자를 사실상 컴퓨터범죄 혐의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국가검열에 대한 반대여론이 자발적으로 모여 사이버시위가 벌어지고, 정보통신 질서확립법 반대사이트(freeonline.or.kr)도 만들어져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정통부의 검열법안이 공개돼 대중화됐으며, 일방적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버시위를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센터는 그러나 정통부의 시민단체 의견 반영발표에 대해서는 ‘불량이용자관리’나 ‘청소년 유해정보’ 등 몇몇 조항이 수정됐을 뿐 검열은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통부는 이번 사이버시위를 ‘해킹’ 또는 ‘사이버테러’로 규정하는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 결과가 나오는 대로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 사법조치하는 등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29일 오후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센터는 28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 “온라인을 통해 표출되는 국민의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온라인 시위 참여자들을 범죄자로 몰아서는 안된다”며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지닌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이나 네티즌의 여론을 폄하하거나 간단히 ‘오해’로 치부하지 말고 성실히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네티즌들은 오는 9월2일 대학로 집회, 그리고 9월5일 시민공청회를 열어 오프라인 투쟁도 병행한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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