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호텔노조 임성수위원장은 지난 6월말부터 석달 째 김포공항으로 일하러 간다. 사무국장 형시종씨 등 조합원 세 명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공항 국내선 5번 출입구에서 주차를 원하는 고객의 차를 주차장까지 운전해 보관하는 일이다. 호텔로 치자면 발렛서비스다.
호텔직원인 이들이 난데없이 공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까닭은 뭘까.
임위원장은 지난 94년 여의도에 있는 1급 맨하탄호텔에 입사해 도어맨에서 벨맨으로 일하다 지난 해 7월 노조위원장으로 뽑혔다. 이 호텔 정해수회장은 ‘1급’ 호칭이 무색하게 수틀리면 직원들 따귀를 때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노동자들은 연월차는 꿈도 못 꿨고, 상여금을 일방적으로 삭감당하기도 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국회앞에 있는 노동법 사각지대였다. IMF가 터지자 정회장은 제멋대로 업장을 임대하고, 직원 50%를 해고하겠다고 선포해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은 지난해 5월 노조를 결성했다.
이같은 ‘막가파’ 사업주가 교섭인들 성실하게 나왔을 리 없는 일. 정회장은 사장인 아들에게 교섭권을 넘겼고, 사장은 열 살도 안된 자신의 아들을 들먹이며 “그 아이하고 교섭하라”는 폭언을 쏟아부으며 아예 교섭 자체를 무시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해 11월23일 파업에 들어갔고, 회사는 바로 다음날 직장폐쇄를 공고했다. 회사는 “특급호텔로 보수공사 해야 한다”며 직원들 예금계좌에 임금과 퇴직금을 넣어버렸다. 노조는 이에 맞서 호텔 앞뜰에서 한겨울 천막농성에 들어갔고 투쟁은 올해 5월까지 이어졌다. 회사쪽의 천막철거 가처분 신청을 받은 중노위는 “폐업상태라 구제할 길이 없다”면서 회사 손을 들어줬다.
끝까지 남은 13명의 조합원들은 지금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고 있다. 가정이 있는 사람도 있고 생계가 말이 아닌 탓이다. 호텔이 영업을 재개하면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힘내야죠…”. 말끝을 흐리던 임위원장이 긴 한숨을 내 쉬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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