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되돌리려거든 기념관을 찬성하라
박정희 기념관이란 무엇인가. 19년간 한국을 지배하고 20세기 한국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인 박정희를 기념하는 박정희 기념관이 단순히 일 개인의 ‘위업’을 기리는 것일 수 없다. 박정희 기념관은 20세기 한국 역사의 상징물이며 동시에 21세기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대이다.
박정희는 누구였는가. 조선일보 논객인 조갑제씨의 주장대로 ‘조국 근대화’를 가져온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위대한 인물인가. 아니면 식민지 지배·남북분단·독재의 상징인물인가.
박정희라는 인물을 점검해보기로 하자. 나는 박정희가 식민지 지배에 저항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 일제 식민지 지배의 첨병인 일본군 장교였고, 항일군을 토벌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 분단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도 들은 바 없다. 단지 ‘전향’을 해서 수많은 군대 안의 좌익분자들을 숙청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도 들은 바 없다. 7·4남북공동성명을 통해 통일에 대한 큰 희망을 불러 일으켰지만, 곧장 10월유신을 단행해 그것을 개꿈으로 만들어 버렸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이다. 독재에 대한 얘기만은 너무도 많이 들었다. 쿠데타를 통한 권력 장악, 비밀정보기관을 통한 불법체포와 고문, 자본가만을 위해 노동자·농민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한 희생, 그리고 무고하게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과 불구가 돼버린 사람들의 얘기는 무수히 들었다.
그래도 경제성장을 가져와서 잘살게 됐다는 얘기가 남는다. 돈이면 다된다는 금전만능주의와 엄청난 부패의 범람, 성장지상주의로 인한 환경오염, 열악한 사회복지, 끝 갈데 없는 경쟁지상주의 풍토, 미국과 일본에 대한 경제적 종속의 심화. 이 모든 것과 관계가 없다면 말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대신한 미국의 역할을 긍정하고, 미군의 주둔을 합리화한다면 박정희 기념관을 찬성하라.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평화통일 대신 북한 붕괴와 흡수통일을 선호한다면 박정희 기념관을 찬성하라. 불법과 폭력, 인권침해, 민중억압, 환경오염, 빈부격차를 감수하고 경제성장만을 추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박정희 기념관을 찬성하라.
박정희 기념관은 외세지배 극복과 평화통일의 추구, 독재와 독점자본의 폐해청산을 부정하는 수구세력의 상징물에 지나지 않는다. 군사독재에 저항했던 연합전선이 무너지면서 나타난 수많은 기막힌 현상 중에서도 가장 압권인 것은 조선일보가 되려 큰소리 치면서 ‘민족정론지’임을 자부하고 있는 것과, 수구세력이 근대화를 가져온 선각자임을 자부하며 박정희 기념관을 세우겠다고 팔걷고 나서는 것 두 가지가 아닐 수 없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받아들인 김대중 정권은 정권재창출의 일념으로 수구세력의 손을 덥석 잡고 21세기 한국의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박정희 기념관 건립은 수구세력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들의 주장을 만방에 알리고 우리의 후손에게 교육하는 상징물이자 거점이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20세기 한국의 역사, 외세의 침략과 지배, 분단과 독재에 맞서 이를 극복해온 위대한 민중 투쟁의 역사를 기리면서 동시에 21세기 한국의 미래, 외세의 지배를 극복하고 분단을 청산하며 군부독재와 독점자본의 폐해를 청산하는 역동적인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역사적이고 수구적인 기념관을 용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해방 직후 반민특위의 활동이 좌절되고 친일세력 청산에 실패한 것이 이후 한국의 역사를 얼마나 왜곡했는지를 상기하자.
‘안티조선’ 운동과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이 수구세력의 청산을 목표로 하는 범국민운동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황호영 (국사교사, 한천중학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