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동운동가의 열정·철학 담겨
…번개와 천둥이 심한 날, 바람이 거센 날, 눈보라치는 날, 멀리 떨어진 곳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선 안됩니다. 헛된 기다림이 되기 쉬울까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근심과 걱정 속에 빠지기 때문이지요. 어머니, 겨울엔 언 땅위로 달리는 저 위태로운 기계들을 믿을 수 없어요. 겨울엔 절대로 먼길 떠나오지 마세요.(91.12.3)
감옥에 갇힌 아들이 어머니가 면회 오는 걸 만류하는 편지다. 지난해 여름,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 김종배 공공연맹 정책국장이 수감돼 있을 때 쓴 것이다. 이 편지 말고도 고인이 어머니와 주고받은 옥중서신과 틈틈이 써 둔 시가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김종배유고집-어머니, 겨울엔 먼길 떠나지 마세요}.
그가 남긴 싯귀에는 서른 일곱의 짧은 생애를 온통 이 땅의 민주화와 노동해방에 바친 열정과 삶의 철학이 담겨 있다. 또한 정제된 편지글에서는 사람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세상을 대하는 넉넉함이 묻어난다. 한편 이 책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쓴 편지와 시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덤’이 아니다. 무엇보다 머리 허연 ‘시골아낙’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는 글의 향기가 배어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자식의 글솜씨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 책에 실린 글은 애초 고인이 살아 생전 책으로 내려고 정리해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은 소망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가 남긴 원고를 아깝게 여긴 사람들이 1주기를 맞아 책으로 엮었다. 노동운동가 김종배 추모사업회 발행. 추모사업회(016-357-1025 남진우 집행위원장, 017-721-1848 정용재 집행위원)에 알아보면 구해 볼 수 있다. 값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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