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진보진영도 예외 아니다
“당연한 일”, “정치사건 변질 우려” 찬반 엇갈려
‘이제는 말한다’.
여성활동가들로 구성된 ‘운동사회 성폭력 뿌리뽑기 100인 위원회(이하 백인위)’가 10월27일 여성활동가 모임이 통신공간에 “각 운동조직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례를 수집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백인위는 이날 이메일(wom100@hanmail.net)이나 백인위 성원에게 오는 11월15일까지 관련 사례를 제보할 것을 요청했다. 백인위는 오는 11월25일 세계 성폭력추방의 날에 맞춰 공식 발족하면서 보도자료와 성명서를 통해 가해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백인위가 주시하고 있는 대상은 민주노총과 가맹조직, 노동·시민사회단체, 민주노동당, 재야인사 등 진보운동권을 총망라하고 있다. 백인위는 이와 관련해 주류언론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왜곡·과장보도의 위험이 있어 발표직전까지는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백인위가 11월말께 예정대로 명단발표를 실행에 옮길 경우 전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백인위의 방침을 크게 환영하며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반응도 있으나, ‘폭로방식’ 등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건의 폭발성 때문에 정치적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백인위의 발표에 찬성한다는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조직에 미칠 파장을 걱정해 있는 사건을 없는 듯 지나칠 수는 없다”면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증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보위를 이유로 있는 사건을 없는 것처럼 덮고 갈 수는 없다”면서도 “폭로 이전에 가해자가 사과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발표할 수 있지만 가해자에게 확인절차를 거치는지 의문”이라며 “발표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금속산업연맹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폭로방식이기 때문에 문제라는 주장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조직 내부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자정노력이 스스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잘잘못을 분명히 따진다는 데 이견을 달 수는 없다”고 밝힌 금속산업연맹의 또 다른 관계자는 “가해자가 끝까지 가해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는 자신을 정치적으로 죽이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경우 성폭력사건은 정치사건으로 비화돼 조직간 정파간 이전투구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인위의 발표에 민주노총이나 가맹조직 인사가 포함될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큰 고민거리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의 한 간부는 “여성문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사건을 신속히 조사해 중앙위에 제기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직내부 결정과 반성이 더욱 중요한 만큼 폭로 이전에 민주노총에 공식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사태가 불거진 데는 진보운동단체 스스로가 이를 은폐시켜온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데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여성의전화의 한 관계자는 “운동단체에 있는 여성활동가들이 남성활동가한테 성폭력을 당했다는 전화가 꾸준히 걸려온다”며 “기성사회에서 성폭력은 한국사회의 보수적인 순결이데올로기 등의 영향으로 은폐돼왔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이는 운동사회가 스스로 드러내고 치유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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