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동자대회가 다가오는데…
최근 투쟁전술에 비판 일어…”충분한 공유·알찬 준비 전실”
“전태일 동지의 부릅뜬 눈동자가 우리를 보고 있다. 투쟁하지 않으려거든 제발 지도부를 자처하지 말라!” 10월20일 아셈저지투쟁이 끝난 뒤 ‘판매노동자’라는 이름으로 민주노총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이밖에 “이번 아셈…(중략) 미국보다도 못한 노동운동이라니…난 이제 개량이라는 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했다.”(생각하는 사람), “천리길 피곤한 몸 이끌고 또다시 패배감만 안구 내려온다.”(열받지마), “왜 그 자리에 모여서 우리가 신자유주의 반대를 강력히 외쳤는지 민주노총간부들만 모르는 것 같군요.”(쓴소리) 등의 얘기도 실렸다.
이 곳 게시판에는 한동안 20일 집회와 행진을 ‘무기력하게’ 이끈 민주노총 지도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이날 집회가 전투적 투쟁으로 이어지지 않고, 행진 뒤 곧바로 끝난 것을 따져묻는 글이 줄을 이은 것이다. 드물게 “단발적 의견표현으로 머물 게 아니라 차분하게 문제를 되짚어보고 올바른 해결방안을 찾자”(변함없이 노력하려는 사람)는 의견도 없지 않았으나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쪽은 어떨까. 많은 사람이 11월12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집회와 투쟁전술을 둘러싸고 ‘이전과 다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 10월27일 열린 지역본부 사무처회의에서 포항시협 배성훈 조직부장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올라온 격한 평가들이 현장의 정서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것을 전술이나 실력의 문제로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라며 “조합원들은 노동자대회도 ‘걷기대회’가 될게 뻔하니 안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본부 김진억 사무차장은 이에 대해 “이번 아셈투쟁 때 조직담당자회의에서 막상 점검해보니 싸울 대오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럴수록 선도투쟁 등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이끌어내는 게 총연맹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운 공공연맹 조직실장은 이를 “현장이 초토화됐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조합원에게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은 일회적 집회로 끝나버리고, 후속일정도 성과도 없다보니 다른 대안을 못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노조 과학기술연구원지부의 강용준 사무국장은 개인적 견해라는 전제 아래 “대개 큰 규모의 집회에서 처음 설정된 투쟁기조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아셈집회도 시애틀이나 프라하에 버금가는 위력적인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참가했다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다는 생각에 허탈해하는 조합원이 많다”는 것이다. 강국장은 “총연맹이 정치적 타협에 많이 의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구조조정과 근로기준법 개악 등을 목전에 두고 열리는 노동자대회에서는 DJ정권에 분명히 선을 긋는 게 필요하며, 우리 노동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위력적인 가두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사무직노조에서 일하는 한 간부는 “현재 민주노총의 모든 집회는 하나의 틀로 고착화돼 있다는 게 문제”라며 “조합주의에 갇힌 집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앞서 위상과 성격을 철저하게 공유하고 참가하도록 하되 소속노조나 연맹, 또는 총연맹과 경찰과의 교섭내용에 제한받지 않는 자유로운 의사·행동표현의 장이 돼야 한다”며 “그럴 때 오히려 자연스럽게 폴리스라인을 뒤엎고 위력적인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월1일 열린 금속산업연맹 중집에서는 아셈투쟁 평가과정에서 ‘사전에 투쟁수위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지도부부터 참가자들까지 충분히 공유한 뒤에 그에 걸맞게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민주노총 이근원 조직쟁의실장은 이에 대해 “합법공간이 열린 가운데 벌이는 가두전술은 이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두시위가 갖는 의미 중 우리의 요구를 알리는 과정이라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실장은 이어 “또 한가지가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는 것인데, 최근 우리는 계속 맞고 깨지기만 했을 뿐 막상 싸워야할 때 실천대오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이제껏 학생들에게 의존해왔다면 이제는 ‘선봉대’를 꾸려서라도 노동자의 몫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아셈투쟁과 관련해 평가단을 꾸려 평가를 진행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아셈반대집회 구성단체에 평가안을 제출, 공동평가를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11월12일 전국노동자대회와 관련해서는 미리부터 전술회의를 운영해 투쟁을 준비하기로 했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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