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파업을 보며]‘민중의료’를 향한 투쟁 되기를
의사파업을 ‘집단이기주의인가 아닌가’의 문제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의사의 노동자화 경향’에 대한 논쟁이나 파업권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서라도, 그런 논의구도가 의사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에 대해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사의 대결구도’로 이 사태를 바라보는 것도 옳지 않다. 그 속에는
이미 건강과 보건의료에 대한 민중적 관점이 배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의 파업은 ‘의사들의 주장과 행동이 얼마나 민중건강과보건의료개혁에 부합하는가’라는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의사들의 주장을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평가하겠다. 첫째, 배타적 전문주의. 의사들은 의약분업과 의료개혁을 의사들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료와 처방의 임상적 자율성’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곧 국민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의권쟁취’라는 이데올로기로 표현된다. 그러나 보건의료를 개혁하고 건강을 지키는 주체는 노동자·민중이어야 한다. 의약분업 지역협력위원회를 거부하고 대체조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 의료계 50% 참여 주장 등은 의사들의 배타적 전문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둘째, 공공의료의 측면에서. 나는 보건의료개혁에 있어서 ‘지향이 공공의료인가 시장중심의료인가’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의료는 지나치게 민간위주이며, 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은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의약분업 사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의약분업 그 자체가 아니라, 의약분업의 정착과 관련된 제 보건의료 문제- 수가와 의료보험 재정, 의료보험비, 급여범위(의료보험으로 혜택을받는 정도) 등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한국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으로‘저수가와 강제성’을 이야기할 뿐, 의료의 공공성이나 신자유주의적 의료제도재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결국 의사들은 4차례에 걸친 수가인상을 얻었지만, 대신 정부는 2002년까지 의료보험료를 50-60% 인상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물론 의사들의 이해와 직결되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의 민영화나 민간의료보험 확대도입, 의료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 강화 등 더욱 중요한 이야기들은 이번 사태에서 결코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 의사들이 발표한 대정부 5가지 추가요구안은 ‘보험료 인상반대, 급여확대’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약간의 긍정성을 보이고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투쟁이 그 요구안을 핵심과제로 삼지 않는한, 더 나아가 지금처럼 ‘민간중심이든 공공중심이든 상관없는’ 투쟁이 아니라 ‘민중의료’를 향한 투쟁이 되지 못하는 한, 의사들의 투쟁은 민중건강의 관점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박희임/서울의대 본과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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