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반려 뒤 가입문의 되레 빗발”

“특수고용직 단결권 쟁취 이끈다는 사명감 커”

△처음 노조를 만들게 된 배경은.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둘 때 회사에서 줘야하는 잔여모집수당을 떼먹는 게 부당했다. 그것을 찾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것은 그냥 사적인 모임일 뿐 정치적 힘을 갖거나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고심 끝에 2000년 1월에 서울지역여성노조와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나게 됐고, 보험모집인도 노조법상 노조를 만들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여러 차례 만나고 교육도 받으면서 우리도 노동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4월29일 노동절 때 서울역에서 처음으로 집회연설과 노동가요를 들었고, 5월1일 종묘에서 열린 비정규직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재능교사노조 등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노조활동 하는 것을 보며 힘을 얻었다. 5월16일 서울지역여성노조 서울지역생활설계사강동지부를 만들었다.

△그 이후 전국보험모집인노조로 오기까지 경과는.

=노조를 만든 뒤 회사쪽은 온갖 협박과 회유를 일삼더니 7월1일 나를 해촉했다. 그래서 회사 앞에서 매주 수요일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집회를 했는데, 그런 우리의 활동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리는 가입할 수 없냐”는 남녀 설계사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8월23일 전국보험모집인노조준비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조직이 커지면서 순천, 청주, 목포 등지의 조합원들과 함께 10월5일 노조를 결성했다.

△어려움이 많을 텐데 위원장을 맡은 이유는.

=강동지부 결성할 때 나는 뒤에서 힘을 실어줄 계획이었다. 그러나 10년 전에도 노조를 만들려다 무산되면서 주동자들이 해고된 경험을 모두들 알기 때문에 누구도 앞장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노조에 대한 기초지식이나 경험도 능력도 없어서 부담이 컸지만 동료들이 뽑아준 만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할 생각이다. 다른 노동운동가들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 하다보니, 현장에서 투쟁하다 산화해간 사람들의 마음을 알 것 같다. 전에는 전태일열사가 왜 분신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선배들이 왜 자기 몸을 불태웠는지 느낄 수 있다. 힘들지만 주위에서 많이 도와주기 때문에 괜찮다.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언젠가는 노동자성을 인정받고 사회보험이나 법의 보호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설립증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보험모집인은 노동자가 아니다’는 노동부의 유권해석은 구차하고 억지다. 담당자들이 보험영업소에 와서 근무환경과 형태를 3일만 봐도 누가 개인사업자고 누가 노동자인지 금방 알 것이다. 우리는 정규직보다 업무지시가 확실하고 사용자와의 종속관계가 심하다.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마당에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게 가슴아프다. 그렇지만 조합원들은 이번 일로 더 강해지고 단결하고 있다. 지난 11월4일에는 조합원 단합대회를 했는데, 그때 우리 조합원들이 보여준 의지를 보고 힘을 얻었다. 행정심판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을 정비하고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조직현황과 전망은.

=서울·경기에 1천7백여명, 지방에 5백여명으로 모두 2천2백여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다. 보험회사별로 보면 삼성생명이 가장 많고 대한생명, 교보생명, SK생명, 삼성화재, 엘지화재, 제일생명 등 골고루다. 신고필증이 나오면 조직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오히려 필증이 안나온 것을 계기로 보험회사들이 설계사들한테 ‘노조는 불법이니 가입하지 마라’고 선전하는 바람에 우리 노조를 몰랐던 설계사들도 알게 돼 면담요청이 밀려든다.

△덧붙일 말이 있다면.

=노동자가 노조하겠다는 것을 막는 이 나라의 법과 제도가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우리노조는 조합원의 90%가 여성이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조직 중에서도 가장 크다. 보험모집인노조가 인정받는 길이 막히면 여성이나 특수고용직 모두 막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사회단체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힘을 모아 해결할 때만이 여성이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도 수월해질 것이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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