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메꾸려면 월급도 모자라요”

‘잔여수당’으로 코 꿰고 ‘전직동의서’로 발 묶어

계약을 한 건 올린다해도 그 수당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짧으면 1년에서 길면 40개월로 나눠 받는다. 이를테면 어떤 보험계약 한 건당 수당이 30만원이라면, 30개월로 나누어 줄 경우 매달 1만원씩 주는 식이다. 만약 계약 뒤 열 달만에 회사를 그만두면 10만원만 받고, 나머지 20만원은 잃게 되는 것이다.

그 20만원이 바로 ‘잔여모집수당’이다. 보험모집인들이 노조를 만든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인데, 전국보험모집인노조에 따르면 한 회사의 1년치 잔여수당이 2천억원에 이른다.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을 못 받는 것도 억울한데, 보험회사들은 대개 모집인들이 이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못할 것을 알고 함부로 대한다고 한다. 인격적 모욕을 당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도 잔여모집수당 때문에 참는다는 게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보험모집인들이 당하는 불이익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수금수수료. 계약인의 보험료를 매달 수금하는 경우 보험회사는 설계사들에게 은행에 직접 입금토록 한다. 이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설계사들이 부담해야 한다. 계약자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경우도 많다. 계약자가 보험료를 내지 못하면 설계사가 메워서라도 입금해야 하는 불합리한 수당체계 때문이다. 영업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놓는 탓에 자기계약, 가족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다. 결국 매달 부어야 하는 보험료가 월급보다 많은 경우가 태반이다. 보험회사에서는 영업을 독려한다는 미명아래 팀을 나누어 경쟁을 붙이기도 한다. 이 경우 지는 팀은 벌금을 낸다.

‘증원’을 강요하는 것도 골치다. 설계사일 할 사람을 데려오라는 것인데, 증원을 하지 못하면 영업소 조회 때마다 무안을 당하는 것은 물론 진급이 안되며, 별도교육도 받아야 한다. 이른바 ‘전직동의서’도 문제다. 다니던 회사에서 ‘전직동의서’를 써주지 않으면 6개월 동안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가 없다. 전국보험모집인노조의 한 조합원은 다른 보험회사의 스카웃제의를 받고 직장을 옮기려 했으나, 원래 다니던 회사에서 전직동의서를 써주지 않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입사했다고 털어놨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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