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노동자들 “한다면 한다”

‘투쟁력 복원’ 긍정평가…”준비 미흡해 피해 컸다”지적도

“그동안 억눌리고 쌓여왔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우리는 민주노조운동의 침체와 판에 박힌 투쟁에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획기적인 가두투쟁을 벌여냈다.”

올해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난 뒤 거리행진 과정에서 벌어진 격렬한 가두투쟁에 대해 광주에서 올라온 한 참가자가 내놓은 소감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98년 노동절대회 이후 처음으로 ‘부활하는 전태일 선봉대’가 중심이 돼 경찰병력과 밀고 밀리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는 최근의 기업퇴출과 대우차 부도처리 이후 현장 분위기가 격앙된 데다 ‘이번에는 그전처럼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된 상태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1월14일 열린 민주노총 조직담당자회의에 참가한 김호정 사무금융노련 조직부장은 “참가자나 선봉대 숫자가 당초 계획에 못 미친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번 투쟁을 계기로 민주노총이 전투력을 복원해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박상윤 조직부장 역시 “민주노총 차원에서 위력적인 가두투쟁을 벌여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이후 더욱 훈련된 선봉대와 체계적인 전술활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부장은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분노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의지만큼 사전준비와 투쟁전술이 치밀하지 못해 피해가 컸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인천지역의 한 해고노동자는 “선봉대가 사전에 조직된 게 아니라 당일 현장에서 급조되다보니 피해가 컸다”며 “선봉대가 1천여명이나 되는데도 지도부가 침탈 당했다는 것은 현장의 전술지도가 미흡했다는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지역건설일용노조 조합원 김양권씨 역시 “단순한 참가자는 그렇다 쳐도 선봉대만큼은 사전에 조직하고 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조건 붙는 분위기 속에 우리 노조도 갑자기 선봉대로 나섰다가 다친 동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지도부의 의지에 회의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었다. 금호타이어노조 배현수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합법화 이후 타협적인 경향이 많다는 게 현장의 대체적 불만이었고, 최근 조합원에게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높다”며 “이번 대회는 그런 비판에 직면한 총연맹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투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배수석부위원장은 “그러다보니 특별한 준비 없이 무모하게 밀어붙이게 돼 대형사고의 위험도 있었으며, 실제 부상자가 속출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조직담당자회의에서 민경민 금속산업연맹 조직국장은 “이번 선봉대는 실질적으로 아셈투쟁 이후 무기력한 행진에 대한 문제제기 속에 조직별로 할당된 측면이 컸다”며 “급조된 선봉대로는 전투력이 떨어져 늘 깨지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뒤 “민주노총 차원에서 선봉대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훈련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이상훈 공공연맹 조직부장은 “가두투쟁을 경험하지 않은 조합원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후에는 격렬한 거리투쟁이 예상될 경우 충분한 시간을 둬서 현장을 조직하고 선봉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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