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시혜적 차원의 생활보호를 탈피해 국민이면 누구나 최저생활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가 최저생계보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소득층의 자립·자활을 책임진다고 하는 생산적 복지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에 있어 엉터리같은 생계비 지급 기준과 소득인정 기준 등으로 급여액이 4인 가족의 경우 최저생계비 93만원에서 현물급여, 타법령에 의한 지원액, 특별위로비 등을 233,290원으로 책정,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마저도 이를 제외한 69만7천원을 생계급여로 지급받게 되고, 1인 가구의 경우 260,785원의 생계급여 지급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하향 조정되었다. 또한 급여 수준이 대폭 축소되거나 지급대상자에서 탈락되어 지난 10월 23일 서울 월계2동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이후 생계지원비가 월21만원에서 7만원으로 줄어들어 비관 자살한 조모씨(49. 무직. 장애2급)와 같이 생계유지가 불가능해짐을 비관, 자살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당시 모든 국민이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리게 될것이라 천명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보건복지부는 부정 수급에 대한 보도에 영향을 받아 지방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많은 대상자가 탈락되었다며 신청자 194만명 중 당초 예상 20만명 안팎보다 더 많은 45만명을 탈락시켜 이전의 생활보호 수준보다 축소되는 상황마저 초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중 근로능력이 있는 21만명은 정부가 정한 자활기관에서 일 할 경우에만 생계비를 지급하겠다는 조건부 수급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게다가 애초에 정부가 공언했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책정과 행정수준에 머물러 그 마저도 시행 의지가 미약함이 드러나고 있으며, 시행상의 문제점에 이렇다할 대처방안 조차 마련하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뿐만 아니다. 9월 20일 이후 전국 동사무소 및 면사무소는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현실성이 없는 대상자 책정기준과 지급수준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욕설과 협박 등의 거센 반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날이 표출되고 있는 불만과 항의를 직접 감수해야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법을 만들겠다던 김대중정권도 아니요, 그것을 제정한 보건복지부도 아니요, 실업자를 양산한 재벌 역시 아니다. 바로 동사무소 하급직원, 사회복지전문요원들이다. 그들은 번번이 지침이 바뀌는 대상자 선정방법 등으로 살인적인 노동강도에 시달리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도 대우사태와 같은 대량해고를 쉴 새 없이 자행하면서 계속적인 구조조정과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유도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같은 채찍과 함께 주어진 생산적 복지-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그 시작부터 이것저것 잘라 내어진 먹을 것도 없는 썩은 당근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완충 역할조차 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10월 고된 작업과 쉴 틈 없는 노동으로 제대로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져 숨진 안양시 안양2동 사회복지전문요원 박정희 씨(36) 처럼 애꿎은 사회복지사들만 목숨을 바쳐가며 불만을 품은 대상자들과 엉뚱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몇몇의 목숨까지 바쳐진 죽음의 제단에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카드란 무엇인가? 고작 2001년도 6%의 복건복지부 예산충원과 전국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50여곳의 자활센타 증설, 몇 천명이 모자라는 전문요원의 700명 증원, 그나마 2001년 공공근로예산은 대폭 축소되었다. 처음부터 모든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해 줄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위해 눈가림 역할을 맡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기만적 실태를 폭로한다. 또한 대량해고로, 비정규직화로 노동자를 일터 밖으로 몰아내어 토끼몰이 식의 노동력 효율 증대와 예견된 만성 실업을 조장하는 구조조정을 반대한다. 정부는 약속했던 대로 최저생계비 이상의 급여를 지급해야 할 것이며, 사회복지전문요원을 충원하여 높은 노동강도에 죽어 나가는 일이 없도록 대처해야 한다. 또한 계속되는 구조조정에 의한 대량의 실업자를 거리로 내몰면서, 사회복지전문요원을 방패막이로, 형편없는 수준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가지고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있느니 하는 거짓말을 하며 민중들에게 그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를 끝까지 폭로하고 저지하기 위해 싸워나갈 것이다.
2000. 11. 11
민중복지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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