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농민들을 죽이지 말라!
농민들의 땅을 빼앗지 말라!
가정과 이웃과 마을을 파괴하지 말라!
농민들이 죽어가고 있다.
역대정권의 수입개방정책이 김대중정권에 이어지고 외국농축산물이 물밀 듯이 수입되면서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늘어나는 것은 빚뿐이다.
농민들은 이자마저 갚을 수 없는 처지에서 야반도주, 파산, 자살로 내몰리고 있고 올 11월 들어서 충북에서만 모자(母子)를 포함하여 4명의 농민이 농협의 고려신용정보회사 등을 통한 빚상환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지금까지 농협중앙회는 98년 12월 이후 농민들의 부채를 채권추심회사에 의뢰하여 수거하도록 지시하는 공문을 5차례나 회원조합에 하달하였으며 올 9월말 현재 전국 159개 농협이 9천446건 1천1백84억원의 채권회수를 14개 채권추심회사에 위임하였음이 밝혀졌다.
농민이 주인이라고 하는 농협이 농민조합원의 고통과 처지를 이해하고 농가부채해결에 적극 나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민은 안중에도 없고, 추심회사를 이용한 강압적 채권회수에 혈안이 되어 급기야 그 주인들을 죽음으로 까지 내몰고 있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농민들이 39조원에 달하는 빚에 고통받고 개방농정에 의한 농축산물의 가격폭락으로 빚 상환능력을 상실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농가부채의 책임을 농민에게 떠넘기고 기만적인 부채대책으로 일관하는 정부당국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정부당국의 총체적인 농정부재가 농민들을 연쇄적인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음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농민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말라! 땅을 빼앗지 말라! 우리의 가정과 이웃과 마을을 파괴하지 말라!
정부와 정치권은 ‘농가부채특별법’에 의한 부채해결 없이, 그 어떠한 농업회생에 대한 미사여구도 한낱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농가부채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농협은 더 이상 범죄를 되풀이하지 말고 농가부채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 농가부채의 강제채권회수를 즉각 멈추어야 할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지금의 연쇄적인 농민자살이 정부와 정치권과 농협에 의한 타살임을 분명히 밝히며 김대중대통령과 각당은 최대의 농정공약이었던 농가부채해결 약속을 더 이상 미루지 말 것을 경고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정부당국은 농민들이 요구하는 해결방안으로 농가부채특별법을 제정하라!
2. 농협은 추심회사를 이용한 농민채권회수 등의 작태를 공개사과하고 농가부채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 부채채권회수를 즉각 중단하라!
3. 정부는 개방농정 철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중단하고 농축산물가격을 보장하라!
2000년 11월 8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광훈(鄭光勳)
첨부 : 최근 농민자살 사례
■ 최근 농민자살 사례
[사례 1]
11월1일, 충북 음성군 삼성면에 사는 안씨는 농가부채와 연대보증의 심적 부담을 견디지 못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서 80년대부터 카톨릭농민회, 90년대 전농에서 활동하면서 농민의 권익신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해왔던 양심가였으며 담배농사, 오리사육을 하며 억척같이 살아왔던 농민이었다. 하지만 신농정의 규모화정책, 개방정책으로 인해 중소농민들의 살 길이 점차 막막해지자 정부가 적극 권장하는 영농법인사업을 고민하게 되었고 뜻있는 농민회원 몇 명과 함께 환경친화적 농업과 대안의 농업을 위한 유기질비료 공동생산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는 이 사업에 개인의 생업이었던 오리사육까지 포기하고 모든 것을 다 바쳤다.
그러나 정부의 모든 신농정 사업이 그러하듯이 영농법인 사업의 제도적 지원 부족과 탁상공론식의 사업설정, 후속자금지원의 부재, 사후 경영지도 부재로 인한 농민들의 경영능력 부족 등으로 공장 운영은 계속 적자상태를 면치 못하였고 결국 개인재산뿐 아니라, 친인척들의 자금과 농협, 축협, 신협 등의 모든 곳에서 대출을 받아 공장을 살려보려 했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유기질 비료공장은 99년 말 파산하게 되었으며, 수억원의 부채와 본인은 물론 함께 보증을 섰던 6명 농민들의 모든 재산이 가압류, 경매에 부쳐지는 상황이 되었고 이 일을 책임지고 추진했던 그는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제초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번 일은 정부의 무분별한 신농정 사업의 대표적 실패사례인 유기질 비료 영농법인 사업과 그로 인한 천문학적 숫자의 농가부채가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한 양심적인 농민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것이며 그의 재산과 가정 뿐 아니라 함께 도왔던 농민들을 연대파산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이는 정부농정의 실패가 개인뿐 아니라 한 가정, 농가, 농촌 전체를 파산으로 몰고간다는 것을 똑똑히 증명한 사례이다.
[사례 2]
지난 10월 24일 연대보증 압박에 시달리다 죽음을 선택한 이재선(충주 살미면/65세) 농민은 9년전 농협 양계사료대 1,700여만원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 주 채무자가 이를 갚지 못해 연체이자가 3천만원을 넘었으며 과정에서 원 채무자는 사망하고, 함께 보증을 섰던 다른 농민도 작년에 사망하였다.
물품외상보증기간 3년도 훨씬 지난 올해, 농협이사회를 통과해 위탁을 받은 고려신용정보회사측으로부터 살미농협 채무자 46명에게 원금상환의 협박이 들어왔고, 압박과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집뒤 무덤가에서 그라목손(제초제)을 마신 것이다. 이재선 회원이 남기고 간 9년전 채무는 또 누구에게 전가될 것인지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이다.
하여 충주에서는 현재 살미면 향우회와 충주농민회가 연대하여 진상규명투쟁에 들어간다.
11월 13일 충주 이원성의원이 충주 살미면으로 의정보고를 오는 시점을 기해, 진상규명과 살미농협조합장 등 임원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상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례 3]
지난 5일 오후 6시50분쯤 옥천군 안내면 윤춘실씨(54) 집 안방에서 윤씨와 윤씨의 어머니 박모씨(89)가 함께 극약을 마시고 목숨을 끊었다.
윤씨 모자는 최근 포도값 하락 등으로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은 2천7백여만원을 상환치 못해 고민하다가 삶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