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시위’를 막으려거든…

대검 공안부가 지난 16일 ‘대단한’ 발표를 했다. 내용인즉 ‘최근 늘고 있는 폭력시위를 차단하기 위해 시위현장에서 쇠파이프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공공장소에 집단 난입하는 폭력행위자를 끝가지 추적해 사법처리한다’는 것이다. 대검은 여기에다 ‘흉기 제조자와 운반자는 물론 배후 주동자도 추적검거해 처벌한다’고 덧붙였다. 또 있다. ‘폭력시위 가능성이 큰 경우 집회금지 통고 또는 집회신고 수리취소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게 그것이다.

이런 발표내용을 보면서 뭔가 뒤집어졌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대검의 강경한 어조는 지난 전국노동자대회의 결렬함을 반영한 것이라 치더라도 내용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늘고 있는 폭력진압을 차단하기 위해 시위현장에서 진압봉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허가된 집회장소에 집단 난입하는 폭력진압자를 끝까지 추적해 사법처리한다’로 말이다. 또 흉기 제조자와 운반자인 경찰을 처벌해야 한다. 달리 흉기인가. 노동자를 후려쳐 살을 찢고 멍들게 하는 진압봉과 방패가 흉기가 아니면 뭔가. 노동자와 ‘전투’하기 위해 미리 제작·운반해서 들고 나온 무기다. 그 무기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계획된 행진을 하기 위해 노동자가 손에 든 피켓은 결코 흉기가 아니다. 또 배후 주동자도 추적검거해 처벌해야 한다. 지난 12일 집회에서 배후 주동자는 서울경찰청 기동단장이다. 그 배후에는 경·검과 정권이 있다. 그들을 처벌해야 한다.

대검은 한 발 더 나아가 폭력시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면 어떤 집회라도 막겠다고 한다. 그러나 집회형태를 미리 상상하는 것은 경찰의 임무가 아니다. 그리고 상상에 따른 어떤 결정도 법에 어긋난다. 사람을 때려놓고 “왠지 저 사람이 나쁜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아서…”라고 진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확실한 것은 경찰이 ‘폭력진압’ 의지만 있다면 어떤 집회도 ‘폭력시위’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집회 때 경찰한테 맞아서 다친 노동자, 학생, 시민이 2백여명이다. 경찰이 때려부순 민주노총 차량이 12대다. 그런데도 경찰은 도리어 구속과 체포영장 발부를 남발하고 있다. 각목을 들었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30여명의 머리, 이마, 입술, 팔 등을 찢어놓고, 집단구타로 50여명에게 전신타박상을 입힌 경찰은 어떤 처벌을 받아야 하는가. 차 유리를 깨고 그 속에 앉아있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엄밀히 ‘살인미수’고, 각목을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르르 달겨들어 두들겨 패고 짓이겨 댄 것은 ‘폭력치상’이다. 하물며 영화나 한편 보자고, 혹은 애인을 만나기 위해 종로 어딘가의 약속장소로 총총히 걸어가는 사람을 느닷없이 두들겨 팬 죄값은 어떻게 치를 것인가.

12일 집회가 열리던 날 대학로-종로 일대 병원들은 완전히 야전병원이었다. 병원마다 부상자가 가득 찼고, CT촬영을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그 가운데는 아직도 입원치료받고 있는 노동자가 상당수다. 길가다 종로에서 경찰한테 얻어맞아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던 정철수씨는 분함을 참지 못해 지난 22일 서울경찰청장과 종로경찰서장 등을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정부는 폭력시위가 차단되기를 원하는가. 간단하다. 폭력시위를 유발시키는 모든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방패로 몇 번 내리찍으면 조용히 물러날 것이라는 오만한 생각과 행동, 함부로 해고 상관없다는 잔인한 생각과 행동, 멋대로 법을 개악해 노동자를 마음대로 관리하겠다는 졸렬한 생각과 행동. 그것을 버리면 된다. 다만 그 전에 노동자에게 입혀온 피해는 모두 보상하고 말이다.

이황미 leehm@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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