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파업 현장, 대전한방병원
파업, 파업, 총파업!
거침없이 쏟아내는 생소한 단어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던 여성들이 병원로비 농성장에 앉아 불끈 쥔 주먹을 치켜들며 총파업을 외칠 때면 온몸에 섬뜩한 전율이 흘렀다. 어느 누가 이러한 오늘의 우리모습을 생각이나 했던가.
여느 해보다 긴 아홉차례의 어려운 교섭 끝에 결국 노조결성 13년만의 첫파업에 들어갔다. 83%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했지만, ‘파업’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남성조합원들의 몸사리기와 노조탈퇴가 이어졌고,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여성조합원조차 보름의 쟁의조정기간동안 탈퇴가 잇달았다. 파업 하루전날, 노동청의 마지막 중재도 물거품이 되고 우리는 두려운 마음으로 농성장에서 낯선 ‘투쟁’을 외쳤다.
대전대부속한방병원은 내가 대학을 마치고 나서부터 10년 넘게 줄곧 정규직으로 일해온 소중한 직장이다. 모든 직원의 노력으로 대전본원을 개원한지 18년에 청주, 천안에 분원을 세웠고, 대전 행정타운인 둔산에도 새 병원을 짓고 있다. 우리 병원은 IMF한파 속에서도 흑자를 낼만큼 기반이 탄탄하다. 그럼에도 직원들은 스스로 연월차수당을 반납하고, 임금도 3년이나 동결됐지만 누구 한 사람 불평하지 않았다. 게 중에는 18년 근속에 최저임금 수준에도 못미치는 47만2천원을 받으며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병원은 신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조금씩 들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전체의 33%에 이른다. 2002년부터 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한 전초전인 셈이다.
전체조합원 1백18명 가운데 70명이 파업을 시작해 지금은 52명이 70일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구사대를 앞세운 병원쪽의 탄압이 계속됐다. 농성장에 쳐들어와 물품을 모두 가져가고, 여성조합원을 짓밟아 허리를 다치게 하기도 했다. 새벽 3시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부지부장에게 몰려가 욕설을 퍼붓고, 허리춤을 잡고 들어올려 공포에 떨게 하기도 했다. 부지부장은 임신 3개월 째였고 이는 모두가 아는 일이었다. 부지부장은 그날 이후 심한 충격으로 유산위기를 겪었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지금 병원은 출입구를 용접으로 봉쇄한 채 용역경비까지 불러들여 조합원의 출입을 막고 있다.
병원쪽은 성실한 교섭으로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노조와해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심지어 조합원 상대 손해배상청구가 아니라 재정보증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려 하고 있다. 간부와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우선적으로 징계에 회부됐다.
우리의 파업은 임금을 더 받기 위한 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고용안정을 위한 것이다. 70일 동안 파업하면서 절박하게 생존권을 부르짖는 다른 사업장의 일을 우리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됐다. 병원쪽이 성실교섭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투쟁은 계속될 것이고, 꼭 이겨서 업무에 복귀할 것이다. 지금 농성장에 앉아있는 52명의 조합원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모두가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김정숙/보건의료노조 대전한방병원지부 조합원(물리치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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