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노동정보화모임 박성국씨
인터넷 3일만 하면 방송국 만든다
‘노동자이야기’의 박성국씨는 올해 마흔 여덟의 해고노동자다. 지난 99년 5월 8일 ‘어버이날 선물’로 받은 해고통보 이후 누구보다 바쁜 해고자 생활을 하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노동자들의 제 목소리 갖기. 인터넷 방송국 개국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
적지 않은 나인데, 컴퓨터는 어떻게 배웠나?
마흔 여덟이 뭐가 많은가? 하하. 필요에 의해 배웠다. 아들놈 컴퓨터 학원에 보내놨더니 배우는 건 별로 없고 오락만 하고 있길래 컴퓨터를 사 줄 테니 집에서 공부하라고 했다. 집에 컴퓨터가 들어오고 나서는 아들놈보다 내가 더 재미를 느꼈다. 그 다음엔 모두 필요에 의해 독학했다. 노조간부를 시작하면서 워드프로세서를 익히고, 서울지하철 노조 조사통계부장을 맡으면서부터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한 관련 프로그램을 익히기 시작했다.
인터넷 방송국 계획은 언제부터 하게됐나?
4·19 총파업 때 구속이 되었다 나왔더니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파업의 취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노동자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한 질타만 터져 나왔다. 그냥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료를 남기기로 마음먹고 투쟁속보, 파업관련 동영상, 언론의 왜곡보도 등 자료를 모았다. 그렇게 독학으로 만든 작품이 ‘4·19 총파업투쟁 세상을 바꾸자!’라는 노동조합 최초의 CD-Title이다. 그러고 나니 인터넷 방송국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6월에 홈페이지 공부를 시작해 8월 인터넷방송국 준비모임을 결성했다.
인터넷 방송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인터넷 사용자가 늘면서 노동자들의 접근도도 매우 높아졌다.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하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전용선 유지비 3만원이면 음성방송이 가능하다. 모든 노조가 인터넷 방송국을 운영하고 자기 목소리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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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만큼, 마음먹은 만큼 – 노동정보화 모임 <노동자이야기>
이제는 말한다, 노동자의 눈으로, 노동자의 목소리로!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원하는 정보가 한 곳에 모여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민중운동진영이 제작한 다양한 영상을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이 있다면 그 얼마나 좋을까. 검색엔진을 활용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면… 이런 우리의 욕구를 시원스레 해결해 주는 싸이트가 생겼다. 서울지하철 노조의 ‘노동정보화모임’에서 운영하는‘노동자이야기(www.laborer.wo.to)’가 바로 그것이다.
이 곳에 오면 모든 소식이 있다
“노동자의 목소리, 노동자의 그림을 어디 가면 접할 수 있지?” 이런 고민에 단박 떠오르는 곳, 그런 곳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노동자의 이야기는 시작됐다. 매일 매일 노동계의 소식을 정리하는 ‘노동뉴스’와 각 단체들이 제작한 동영상 링크.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노동계의 소식을 한 곳에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노동계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다. “아침 7시에 출근을 합니다. 지난밤의 뉴스까지 꼼꼼히 챙기고 궁금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노조의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직접 전화도 겁니다. 그 다음 기사 작성이야 뭐… 10년 넘게 해온 노조활동의 노하우로 한 번에 되지요.”
노동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99년 4·19 총파업이 지나고 언론의 왜곡·편파 보도의 실상을 뼈저리게 경험한 노동정보모임의 회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대규모 사업장보다는 비정규직, 여성, 중소 사업장 노동자들의 소식, 큰 뉴스보다는 작은 뉴스를 찾았다. 직접 뉴스를 작성하고, 지하철에서 안내 방송을 하던 목청을 가다듬어 노동뉴스를 읽어 내려간다. “매년 공사에서 1년에 네 번? 승무직원들을 상대로 방송 교육을 합니다. 하하, 그 덕을 좀 보는 거죠.” 뉴스낭독이 기성매체의 아나운서들만큼 매끄러울 리야 없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노동자이야기에서 하고자 하는 방송은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닌 ‘노동현장의 진실’이지 않은가.
하자! 된다!
노동자이야기를 운영하는 노동정보화모임에는 하나의 모토가 있다. 다름 아닌 ‘하자! 된다!’. 96년 민철노련의 업무 전산정보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든 이후, 서울 지하철 노동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데이터베이스 교육, 통신상의 CUG활용 교육도 회원들의 능력으로 해결해왔다. 지난 99년 지하철 파업 당시 명동성당과 서울대에 있는 지도부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 ‘사이버 상황실’도 이들의 작품이다. “파업을 준비하면서 노동정보화모임이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니까, 컴퓨터를 잘 활용해 보자 생각했죠. 신문을 통해 자료를 취합하고, 필요한 걸 공부하고 결국 시도했어요. 휴대폰을 이용해 통신을 연결하고, voice mail을 사용해 지도부를 연결했습니다.” 당시 이들의 시도는 어느 일간지에 ‘사이버 지도부’라는 이름으로 기사화 될 만큼 획기적인 것이었다. 사이버 상황실 구성을 가능하게 했던 ‘하자!’ 정신은 인터넷 방송국에 관한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에 다시 한 번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인터넷 방송국을 위한 제반 상황들을 점검하는 회의가 진행되던 도중 박성국 씨가 예의 그 ‘하자’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7월에 ‘노동자 이야기’ 싸이트를 개설하고 11월 1일 음성방송을 시작했다. 결국 방송을 시작하고 나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논의의 방향도 인터넷 방송국개설이라는 구체적인 사안으로 전환되었다.
노조지도부와 현장조합원의 의사소통의 장
내년 1월 인터넷 방송국 개국을 목표로 움직이는 이들의 가장 큰 목표는 안정적인 서버를 구축하는 것이다. 무료로 제공하는 홈페이지와 개인 홈페이지를 이용해 게시판을 운영하다보니 언제 자료가 유실될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12월중으로 후원회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기본적인 운영을 위한 재정확보를 위해 나설 계획이다. 서버가 안정화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현장의 정서와 고민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과 다양한 게시판을 운영해 노동조합 지도부와 현장노동자들의 의사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 조합지도부와 조합원들 간의 섬세한 커뮤니케이션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개별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고리, 거대한 자본에 대항해 다양한 게릴라전을 벌일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 인터넷. 현실의 투쟁을 견고히 조직하기 위해 인터넷의 바다에 눈을 돌린 노동자정보화모임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은영/ley@left.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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