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천사들의 겨울나기 – 파업1백일 넘긴 동광주병원

12월 17일 광주역에서 열린 전국금융산업노조 주최의 ‘금융노동자 총진군대회’에서 1만여 참가자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 속에 앵콜공연을 한 율동패가 있었다. 파업 1백4일째, 상급단체는 다르지만 노동자계급의 연대투쟁을 몸소 실천하는 보건의료노조 동광주병원지부(지부장 최영숙)소속 20여명의 조합원들.

파업투쟁 1백여일째. 병원측의 ‘정상진료중’보다 ‘파업중’이라는 노조의 벽보가 더 눈에 띄는 동광주병원 입구에는 세찬 겨울바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꼼꼼히 작성한 대자보들로 가득 메워져 있고, 병원측의 단전으로 인해 냉기가 감돌 것 같던 병원로비 농성장은 40여명의 조합원들이 데워놓은 온기로 훈훈함이 느껴진다. 그러나, 가족 및 친인척들을 재정보증인으로 하여 입사한 조합원들에게 가해지는 약 13억원의 손해배상청구와 재정보증인들의 재산에 대한 가압류조치는 올해말로 예상되는 병원측의 ‘위장’폐업과 더불어 대다수 조합원들을 부담스럽게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이영주 노조 사무장은 “조합원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렇지만 떳떳하게 환자들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여기서 멈출 순 없다는 게 조합원들의 생각이죠”라며 다소 지쳐 보이는 얼굴에 미소를 짓는다.

5년간 임금동결, 임금체불, 휴가박탈, 인력부족… 간호사들로만 이루어진 동광주병원노조 조합원들은 이렇듯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하고자 지난 5월 19일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14번의 교섭을 진행하면서 무성의한 자세로 ‘노조불인정’ 의사만을 반복하는 병원측과 실소유주(박중욱 동진의원 원장)에 맞서, 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기간을 거친 9월 5일 합법적 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병원측의 대답은 직장폐쇄, 비눗물세례를 비롯한 온갖 폭력만행, 고소ㆍ고발, 12억9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및 조합원들의 재정보증인에 대한 가압류. 그리고 ’12월 31일 폐업’통보. 지방노동청장과 시민중재단의 중재안마저도 거부한 채 노동조합의 와해는 물론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동광주병원의 ‘위장’폐업에 대해 노조는 “2백50병상의 준종합병원으로서 IMF기간에도 흑자를 기록한 동광주병원이 갑자기 폐업하는 이유는 오직 한가지,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악랄한 술책에 불과하다”며 병원측에 “폐업방침 철회와 성실교섭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동광주병원의 파업투쟁과정에 함께 하면서 조합원들의 사랑(!)을 흠뻑 받고 있는 나세홍(학생당원)군은 “이 투쟁을 승리하지 못하면, 지역에서의 중소사업장 노조 건설은 당분간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파업 100여일만에 전사(戰士)로 바뀐 누나들을 보면, 결코 병원측이 바라는 대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한다.

(손동신/광주 현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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