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30여개 단체, 20여 개혁과제 실시촉구

‘사회자’ 나서 집회주도…하루 두 번 23일까지 계속

12월13일 ‘이상한’ 집회가 열렸다. 예정시간보다 5분 늦은 12시5분께 사회자가 나타나 ‘힘찬 함성과 함께 개혁과제 실현을 공동행동 집회를 시작하겠다’며 ‘동’을 뜬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참가자들이 ‘와아아아’하는 함성으로 응답하고, ‘짝짝짝’ 박수를 치기도 한다. 흐름은 여느 집회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집회장면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글씨’로만 나타날 뿐이다.

이 생소한 집회가 열린 곳은 다름 아닌 청와대 홈페이지(http://www.cwd.go.kr/korean) 자유게시판. 현실(offline)이 아닌 가상공간(online)에서 열린 사이버집회였던 것. 사회자는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정책실장.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여연, 여성민우회, 전농, 전국연합과 민주노동당 등 주요 노동시민사회단체와 연대기구가 이 시위에 참가했다.

집회는 계속됐다. 사회자는 [고지]라는 말머리를 붙이며 참가자들에게 집회방법을 알린다. {사회자}라 적힌 글에 주목하면서 사회자가 {구호}를 올리면 똑같이 반복해서 올리고, 발언자가 {발언}을 올리면 발언 내용을 반복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어 사회자가 ‘2000년 안에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구호를 적어 올리자, 순식간에 자유게시판에 똑같은 구호가 주르륵 올라온다. 어떤 참가자는 사회자와는 달리 ‘주5일근무제를 즉각 실시하라!’는 구호를 올려 ‘뒷북’을 치기도 했다.

이날 집회는 이같은 방식으로 인권부터 노동·사회·노동·민생·여성·환경·경제·정보통신 등 8개 분야에 걸친 20대 개혁과제를 다루며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그 와중에 한 네티즌의 ‘이런 시위는 노동부 사이트에 가서 하라’는 항의성 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어떤 참가자는 약속된 2시를 넘겨 계속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 ‘열린마당’ 자유게시판에는 5백여개의 항의글이 올라왔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온라인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20개 개혁과제 실현을 촉구하는 사이버공동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사상 처음으로 13일부터 23일까지 10일 동안 청와대와 국회 홈페이지 등에서 실시간 온라인집회와 캠페인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미 참가단체 홈페이지에는 공동행동 배너를 달아 일반 시민들이 사이버 공동행동에 참여할 길을 열어놨다. 이와 함께 사이버시위 방법으로 국회의원에게 이메일 보내기, 항의글 올리기, 가상연좌시위 등이 모색된다.

한편 이번 공동행동에서는 △국가보안법 폐지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설립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근무제 도입 △언론개혁 △농가부채 해결 및 농산물 가격보장 등을 촉구하게 되는데 매일 낮12시와 오후8시 두 차례씩 열린다. 집회 첫날인 13일과 마지막날인 23일에는 이들 개혁과제 촉구를 위해 청와대 홈페이지로 들어간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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