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지난 19일 저녁 민주노총 회의실에서는 10여개 진보단체가 긴급히 모여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지난 15일 대우자동차노조(위원장 김일섭)가 민중대회위원회와 전국 진보단체에 대우차 관련 공동투쟁본부 구성을 제안하며 연대투쟁을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보여주듯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노동자의 힘, 청년진보당 등 진보진영에서 대거 참석했다.

먼저 대우차 상황과 관련 2명에 1명꼴로 그만두라는 인원감축안이 제시됐고 정리해고의 사전 수순으로 희망퇴직과 배치전환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노조의 설명이 있었다. 대우차의 대규모 인원감축문제는 대공장 한 곳의 정리해고문제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다시 한 번 확인됐다. GM에 대우차를 헐값매각하기 위해 한국 자동차산업은 물론 70만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종사자들과 가족들의 생계를 벼랑으로 내모는 거대한 음모가 임박한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경영진은 내년 1월6일 GM회장이 대우차 인수를 발표한 뒤 1월31일까지 인원감축안에 따라 구조조정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악폐 말고도 “김우중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의원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 노조관계자의 말처럼 부실경영을 책임져야 할 재벌총수의 재산은닉과 도피, 공적자금을 둘러싼 정치권-정부의 로비의혹 등이 난마처럼 얽혀있어 김대중 정부의 총체적 실패를 웅변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대우차 구조조정 문제는 김대중 정권의 아킬레스건이다”는 말에 쉽게 동의했다. 이미 주간동아 12월15일자는 김우중이 영종도 ‘알짜’ 11만평을 워크아웃 결정 직전 빼돌렸다는 의혹을 조목조목 보도해 구체적인 물증이 드러나기 시작한 데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2조9천억원에 달하는 대우계열사 분식회계에 대한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회는 워크아웃기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우차만 쏙 빼놓았다. 김일섭위원장은 “공투본 제안은 정부-정치권-채권단-경영진 등 총자본의 공세에 맞서 우리도 맞불작전으로 함께 싸우자는 얘기”라며 “노조는 힘있는 파업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1일 민중대회위원회 대표자회의를 통해 구성될 공투본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편 여러모로 어깨가 무겁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내년 2월까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매듭지으려는 김대중정권과 한판 승부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대중동력이 살아나기 시작한 대우자동차노조에 대한 엄호역할도 가볍지 않다. 회의 참가단체들 사이에서 ‘함께 투쟁하고 함께 책임지자’는 말이 많이 나온 것도, 곧바로 실무역량에 대한 확인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철 leecc@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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