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SDI에서…전국 돌며 격리·해외억류 등 인권유린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SDI가 현정부가 주는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회사가 악랄하게 노조설립을 방해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해왔음이 들통났다. 그렇다면 ‘신노사문화=무노조경영·노동인권유린’인가.

각계인사와 인권단체들은 지난 12월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그룹의 노조설립 방해와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했다. 이들에 따르면 삼성SDI는 그 동안 노조설립을 추진하는 노동자들을 외부로 격리해 노조 포기를 회유·협박하는가 하면 해외연수 중인 노동자의 귀국을 가로막고 현지억류도 불사하다가 이에 저항할 경우 강제해고로 노동자들을 내쫓았다.

회견 참가자들은 이와 관련해 “삼성SDI에 신노사문화대상을 시상한다는 것은 재벌회사의 탈법적 노동권 유린 행위에 국가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주고 정당화하는 일”이라면서 “노동부는 삼성그룹의 탈법·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수사에 나서고, 삼성은 노동자들의 노조결성 시도에 대한 방해책동과 인권유린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삼성SDI의 노조설립방해·인권유린 실태.

수원공장에 근무하던 박경열씨는 99년 노조설립을 추진하다 그해 12월10일부터 6일 동안 오산, 천안, 온양, 가평, 거진 등지로 회사간부들에 끌려다녔다. 회사쪽은 “노조설립하려는 사람들의 이름을 대라”, “노조설립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라”고 종용하다 지난해 2월8일 말레이지아 공장으로 파견했다. 4월8일 귀국한 박씨는 회사쪽의 감시와 압력을 이기지 못해 자살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공장에 다니던 김갑수씨는 장기간 격리에도 회유에 넘어가지 않자 해고시킨 경우. 김씨는 지난 10월 회사 관리자들에게 20여일 동안 강릉, 춘천, 수원, 아산, 부산, 남해, 광양, 서울로 옮겨다니며 “해외사업장이나 삼성계열사로 옮길 것”을 종용당했다. 협박과 방해공작에 김씨와 같이 노조 설립을 추진했던 진아무개씨는 사직했고, 최아무개씨는 출국해야 했으며, 김씨는 지난 11월16일 업무방해, 근무지 이탈 등을 이유로 해고됐다.

수원공장에 다니던 고영선씨는 해외연수 도중 현지에 억류당해 결국 8일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경우. 노사협의회 위원이던 고씨는 동료 10여명과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지난 99년 12월 창립총회를 계획했다. 이에 회사쪽은 12월6일부터 11일까지 일본 연수를 지시했고, 귀국일에 맞춰 일본공항에 간 관리자들이 고씨의 여권을 빼앗았다. 일본에 도착한 권아무개 상무와 김아무개 이사는 고씨에게 8일 동안 퇴직압력을 넣으며 “희망퇴직하거나 해외사업장으로 전보를 약속하라”면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귀국할 수 없다”고 협박했다. 고씨는 12월19일께 희망퇴직서에 서명하고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이밖에도 삼성SDI 울산공장에서 2천5백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98년 노조결성을 추진하자 핵심세력을 밀양으로 납치해 사직서를 내밀며 “1천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삼성코닝은 분사 아텍엔지니어링 노동자 민병덕 씨 등이 11월4일 노조창립총회를 열고 수원시청을 찾아갔으나 삼성쪽이 5분 먼저 서류를 접수시켜 악명높은 유령노조를 설립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