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정리해고의 논리를 깨자

▲ ‘구조조정=정리해고’ 아니다

‘구조조정’이란 낱말은 최근 몇 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뉴스에 거론되는 단골메뉴가 됐다. 영어로는 ‘restructuring’, ‘restructure:∼의 구조를 개혁하다, 재검토하다’의 명사형이다.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말이 ‘정리해고’, ‘인력감축’과 동의어로 쓰이고 있다. 이는 정부와 경제집단, 회사측이 늘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고정관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 반대”를 외칠 수밖에 없다.

▲ 왜 노동자가 부실의 책임을 져야 하나

‘재벌’들이 몇몇 오너의 독단과 욕심 채우기로 터무니없이 몸집을 부풀리고, 결국 책임지지 못한 채 쓰러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수천 명 노동자들의 몫이 되어왔던 것. 또는 부실의 1차적 책임을 경영자에게 두지 않고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자금 투입으로 막아내는 것. 이것이 지금까지 진행된 구조조정의 모습이다.

여태까지 기업의 파산 위기와 전반적 경제위기의 해결책으로 언제나 첫째로 제시되는 방책이 ‘구조조정’이다. 그리고 구조조정의 핵심은 언제나 ‘인력 감축’에 맞추어졌다. 그리고 이 논리의 논거로 동원되는 자료는 늘 해외의 ○○ 회사가 수천 명을 감축하고 난 뒤 회생했다는 자료들 뿐이다.

세계적으로 진행된 숱한 위기 극복 사례 가운데 왜 유독 이런 사례만 우리 나라에 소개되는지 그 의도는뻔하다. 하지만 최근에 와서는 다른 사례들도 소개되고 있으며 반갑게도 ‘구조조정=인력 감축’의 논리를 깨는 주장들이 제출되고 있다.

▲대책없는 정리해고는 사망선고와 같다

한 나라 경제, 정치의 최고 가치는 그 나라 국민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에 있다. 미약한 개인들의 생존권을 박탈하고 파괴하는 것으로 경제회복과 정치안정을 이룩하겠다는 이른바 한국 지도자들의 관점 자체가 완전히 그릇된 것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사회안전망이 형편없는 조건에서 아무런 대책 없는 정리해고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노동자와 그 가족을 통째로 길거리로 몰아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궁여지책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아도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일 뿐이고, 이조차 구하지 못하면 노점상, 날품팔이 등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가장으로서, 어버이로서 자식 세 끼니조차 챙겨주지 못해 시설에 위탁되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게 어디 인간으로 살아간다고 할 수 있는 생활인가.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비참한 모습이다.

정부는 올해 8월말이면 IMF를 완전히 졸업한다고 발표했다. IMF로부터 차입한 대기성 차관 58억 달러를 올해 8월말까지 완전상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IMF’는 단순히 빌린 돈을 갚으면 끝나는 게 아니다. ‘IMF’는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하고, 세금도 꼬박꼬박 내 왔던 노동자·민중에게 벼락처럼 내리친 ‘생존권 박탈의 과정’이었다. IMF 한파는 전보다 한층 뼛 속 깊이 고통스럽게 파고 들어간다. 스스로를 지도자라고 떠들어대는 정치인과 경영인들은 국민의 90%를 차지하는 노동자·민중의 생활개선을 말로만 외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조치는 방기하고 있다.

▲국방비 예산 감축, 탈루 소득 및 자본 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로 복지 재원 확충

부실한 기업에게는 그 경영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영진의 재산을 환수해서 자금을 조성하는 것이 1차이지 노동자를 해고하고, 국민의 돈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찾아서는 안 된다. 국방비 예산 감축, 음성·탈루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자본 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을 통해 복지정책 재원을 마련하여 당장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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