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DJ 발언 배경]”언론 이대로 두곤 권력재창출 없다”
민주, 언론 불만 최고조 “밑져야 본전” 청와대에 발언 요청
DJ가 지난달 12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을 강조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동안 “언론개혁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김대통령이 한해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연두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언론개혁에 강조해서 언급했기 때문이다.
DJ는 언론자유가 “사상 최대로 보장”돼 있는 만큼 “언론도 공정보도와 책임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며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고 말해 언론계 개혁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DJ가 언론개혁 발언의 정치적 배경과 관련 집권 3년 동안 정부정책을 전혀 도와주지 않은 언론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국정홍보처의 한 관계자는 “지금 여권 내부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 제기가 있어 왔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관계자는 “DJ 초기부터 ‘언론부통령’이라 불리며 언론을 담당해왔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언론과 친근한 관계를 맺으려 애써왔지만 아무런 성과가 없었는데 그나마 박 전장관이 한빛은행 불법대출 의혹사건으로 물러나 마땅한 후임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언론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여당으로서는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니냐’는 판단에서 청와대에 그같은 발언을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 발언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회창 총재는 지난달 16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강력한 정부, 강력한 정치를 말하는 자리에서 언론개혁을 말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적절하고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당에서는 언론이 DJ 편을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정권의 위기가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론에 대한 회유가 안되니까 내년 대선의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소유지배구조 등 약점을 건드리겠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동안 언론개혁을 요구해온 시민단체들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 이하 언개련)는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시민단체의 주장을 수렴하여 언론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면서도 “정치불안과 경제위기 등 국정의 난맥과 산적한 개혁과제에 대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독 언론개혁만 강조함으로써 우리는 당혹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언개련이 “대통령이 더이상 언론개혁에 나서지 말라”고 말한 부분도 언론개혁의 본질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왜곡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시민언론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 원로 언론인은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민단체의 언론 개혁 운동이 오히려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이라는 시대적 요구가 정략적 쟁점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표명이다.
이미 김영삼 정권도 출범 초기 언론개혁을 강조하면서 시민단체들의 언론개혁 운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상당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도 실시했다. 그러나 언론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한편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원론적인 의미에서 강조한 것일 뿐”이라며 “언론개혁을 추동할 세력은 (정부가 아니라) 언론계 자신과 언론의 수용자인 독자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명식 부대변인도 “그쪽(언론사)이 대통령이 강경하게 발언했다고 해서 꺾일 사람들이냐”며 ‘대선용 발언’이 아닌 순수한 언론개혁을 얘기했다며 정치적 해석을 일축했다.
하지만 DJ가 실질적인 언론개혁을 위해 발언했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큰 소리내지 않더라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언론사 세무조사나 공정거래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음에도 소리만 요란하게 내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 발언 내용
“언론자유는 지금 사상 최대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언론도 공정보도와 책임 있는 비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과 일반 언론인 사이에는 언론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국회가 모두 합심해서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개혁을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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