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빙자 “통제” 노려
청소년보호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성적, 정치적 주체 원천 부정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문화연대)’에서 작년부터 청소년보호법(이하 청보법)을 청소년진흥법으로 대체입법화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청보법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았던 문화예술계에서는 환영하는 뜻을 보였지만, 상대적으로 교육·청소년 단체에서는 이 주장이 너무 과격하고 일반인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청소년보호는 특히 지난 몇 년간 청소년 일탈행위들이 증가하면서 학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부모세대들로부터 환영받는 명분을 가지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원교교제, 10대 학원폭력, 인터넷 음란물의 무분별한 방치들이 우리 청소년들을 좀먹고 있는데, 청소년보호법을 강화하지는 못할망정 폐지하라고 하면 선뜻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법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법의 내용들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 법이 왜 폐지되어야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애초에 이 법은 ‘음란매체 규제에 관한 법’으로 고시될 예정이었으나 적절한 용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청소년보호법으로 만들어졌다. 말하자면 청보법은 처음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청소년보호라는 그렇듯한 명분을 등에 업고 과도한 성표현물에 대한 검열과 그 유통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 생겨난 것이다.
청보법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보호를 대단히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고 해석한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이 보아서는 안되는 유해매체에 대한 심의기준이 대단히 모호할뿐더러 그들을 성욕을 가진 주체, 사회적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미성숙한 자아로 치부해 버린다. 예컨대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기준을 보면 청소년의 성욕을 자극하는 매체나, 청소년에게 사회적 정치적 비판을 심어주는 매체들도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청소년유해매체를 심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등급위원회나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심의한 내용을 다시 심의할 수 있는 2차 검열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유해매체 심의 뿐아니라 유해약물, 유해장소 전반에 걸친 규제를 총괄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사회적 권리 인권을 전반적으로 통제하려는 국가통제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현행 청보법과 청소년보호위원회는 한 청소년보호는 결코 청소년들이 원하는 보호가 될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왜냐하면 일종의 경찰국가의 근대적 훈육체계를 유지하면서 청소년보호법은 규제와 통제 중심의 청소년보호를 국가의 정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해매체를 중심으로 규제하는 현행 청보법은 청소년보호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등에 엎고 처음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할 중요한 임무들을 방기해왔다. 청보위가 청소년들을 위한 보호업무를 한다면 오히려 심하게 노동착취를 당하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10대 노동자들이나 교육과 문화권리를 박탈당하는 아이들을 보호해야하지 않을까?
청보위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이나 약물에 대한 단속, 10대 윤락녀들과 업소에 대한 단속의 전문성이 떨어짐에 따라 오히려 청소년보호에 필요한 단속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그간의 단속 임무를 전문성과 노하우가 있는 일선 경찰이나 검찰기관에 일임하고, 청보위는 청소년들의 인권과, 교육권, 문화권을 보호하는 위원회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한다. 우리가 청소년보호법을 청소년진흥법으로 대체 입법화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격리시키려는 접근법으로는 지금의 청소년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소년문제가 심각할수록 그들을 통제하는 부정적인 정책보다는 그들을 이해하고 개선하는 긍정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청소년과 연관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국가의 정책은 두 가지 극단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 하나는 규제와 통제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과 인권의 정책이다.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국가의 정책이 제대로 가닥을 잡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의 인권과 사회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고의 전환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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