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다시 몰아닥친 광우병 공포
자연의 순리 어긴 인간에 내린 대재앙, 광우병
AIDS 다음으로 무서운 병
유럽 광우병 공포가 또 다시 돌아왔다
몇 년전 신문 해외토픽란 한쪽 귀퉁이에 “뇌에 구멍이 뚫리는 병”이 있다는 뉴스가 난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참 희안한 병도 있다”며 그냥 가십거리 정도로 이 뉴스를 넘겼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 병(광우병)이 이렇게 위험한 병인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AIDS 다음으로 인류를 공포로 몰아 넣고 있는 최대의 질병이 되었다.
85년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광우병이 소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서 95년에만 영국에서 450만 마리의 소가 도살되었다. 99년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젖소 사육두수가 526만 마리임을 생각할 때 이는 엄청난 숫자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이러한 극단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영국에서만 지금까지 85명이 광우병으로 죽었다. 피해는 이렇게 늘고 있지만, 인류에게 광우병은 여전히 새로운 존재이다. 프리온이라는 변형 단백질에 의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이 병은 95년을 기점으로 유럽 전체에 퍼져 한 차례 ‘난리’를 피운 적이 있다. 그러나 병의 치료법은 물론, 정확한 원인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광우병의 공포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었다.
방법은 오직 먹지 않는 것 뿐이다
그러나 작년 말부터 찾아온 광우병 공포는 첫 번째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었다. 처음 발병한 영국 이외에 독일, 프랑스, 스위스 같은 대륙국가들에게서 고르게 나타났고, FAO(국제식량농업기구) 등에서 최소 100개국 이상이 광우병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직접 쇠고기를 먹지 않더라도 우유, 치즈는 물론, 화장품 의약품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각국의 축산물과 그 부산물의 수입이 금지되고, 독일 등에서는 장관이 경질되는 등 정치적 문제로까지 발전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EU 집행위가 티본 스테이크 유통금지 조치까지 내리면서 문제는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더 이상 먹지 않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물보호론자 반발 산 대규모 도살
많은 이들에게 “광우병”은 무서운 병의 일종이지만, 동물보호론자들과 농민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95년 영국의 450만 마리 소 도살 때도 그랬지만, 가축이 대규모 질환에 걸릴 때마다 인류가 선택한 해결책은 ‘대규모 도살’이었다.
이번 광우병 파동에도 독일 정부는 연령 30개월이상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모든 소 (약 40만 마리)를 도살할 계획을 세웠다가 예산문제와 동물보호론자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얼마 전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인근 마을에 있는 돼지까지 모두 도살 한 것처럼 몇몇 주의 모든 소를 죽이는 방법을 쓰려고 했던 것이다. 죄 없는(!) 소들의 죽음에 항의하는 동물론자들의 항의가 당연히 이어졌고, 특히 우유와 치즈까지도 먹지 않는 완전채식주의자들의 캠페인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한편 쇠고기 판매가 급감하면서 애써 키운 소의 판로가 막히는 것은 물론이고, 삶의 수단인 가축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린 농민들의 반발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가축도살에 반대하는 농민들의 시위는 계속 이어졌다.
프랑스의 경우 중부, 서부, 동부 등 거의 대부분의 농촌지역에서 대규모 시위와 함께 농민들이 실업자 등록을 하는 등 상징적인 실천이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시내에서 쇠고기 바베큐 파티를 열어 무료로 나눠주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정부에 항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광우병이 인류에게 던지는 메세지
–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
이처럼 광우병이 그 기세를 꺽을 줄 모르고 계속 확산되는 데에는 ‘동물성 사료’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료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초식동물인 소에게 육식-그것도 자신의 동족-을 강요하는 일이 축산업계에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이다.
아주 작게는 (국내에서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는) 음식물 찌꺼기 사료부터 멀리는 우골분(소 뼈가루)로 만든 사료까지 그 형태는 다양하지만, 초식동물인 소는 그동안 육식(혹은 잡식)을 강요받았다.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은 소가 다시 광우병에 걸리기를 반복했고, 특유의 긴 잠복기간으로 인해 감염은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행위는 단지 도덕적, 윤리적 문제 뿐만 아니라, 인류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으로까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70년대까지 대부분의 질환을 정복했다고 자랑했었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오면서 신규질병은 물론 기존 질병과의 전쟁에서도 거의 완패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홍역도 그 좋은 예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와중에 나타난 광우병은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각인 시켜주는 좋은 예일 것이다.
자연. 그것을 정복하려 할 때 인간은 그것에 의해 정복당하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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