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노조 5년 유예, 결국 금지

지난 2월28일, 마침내 국회 본회의에서 복수노조 5년유예를 포함한 노조법 개악안이 통과되었다. 2월6일자 언론을 통해 기만적인 노사정합의내용이 발표된 이래, 민주노총과 파견철폐공대위, 비정규노조, 노동사회단체들의 항의와 투쟁이 다양하게 이어졌지만, 이번 개악안 통과를 저지해내지는 못했다.

이번 개악은 단순히 복수노조가 ‘5년간’ 유보된 차원을 넘어서, 87년 이후의 민주노조 건설투쟁의 성과가 소진되었을 뿐 아니라, 노동기본권의 수준이 10년 전으로 후퇴당했다는 점에서 너무나 뼈아픈 것이다.

87년 이후의 민주노조 건설투쟁은 마침내 민주노총의 건설로 이어졌고, 대중적 투쟁을 통해 민주노총은 합법성을 쟁취하기 오래전부터 이미 사회적 세력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97년 노동법개악에서의 상급단체에서의 복수노조인정은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추인받은 것에 다름아니었다.

그러나 기업단위에서의 복수노조의 문제는 노사정간의 역관계 속에서 ‘5년유예’라는 잠정적 교착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비정규직노동자의 단결을 비롯한 노조 민주화, 어용노조 분쇄투쟁이 제기되자 정권과 자본은 대대적 공세에 나서게 된 것이다.

결국 ‘5년유예’라는 의미는 물리적 시한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정간의 역관계와 투쟁의 시공간을 의미할 뿐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것은 이번의 ‘재차 5년 유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

이번 노조법 개악과정에서 한국노총의 기회주의적 근성과 반노동자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민주노조 진영도 비판적 평가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기업단위의 복수노조문제는 민주노조운동 진영 속에서도 모순적 태도를 불러일으켰다. ‘원칙적 허용’이라는 입장 표명 아래 자조직의 득실을 따져 단서조항을 붙이는 태도가 공공연히 드러났다.

그것은 한국통신노조의 경우처럼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간의 갈등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나기도 했고,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전면 허용될 경우 사용자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반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처럼 우회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가 비판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은 ‘자주적 단결’의 문제가 투쟁과 연대를 통해 쟁취해야할 것이 아니라, 조직형식과 교섭을 통해 거래하는 문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경향은 현재의 산별노조 건설흐름 속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보다 강력한 투쟁과 연대를 위해 산별노조가 필요하다고 제기되지만, 실상은 기존 노조의 통합을 통한 몸집키우기, 그를 통한 교섭형태의 문제로 국한되고 있는 것이다.

■ 이제 단결권의 전면쟁취를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

현실은 냉혹하다. 이제 “복수노조 유보반대투쟁”을 넘어서 “단결권 완전쟁취를 위한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복수노조의 문제는 비정규직노동자나 일부 노조민주화추진세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87년 이후의 ‘자주적 단결권 쟁취투쟁’의 역사를 복원하고, 단결과 연대를 통해 노동기본권을 쟁취해 나가지 못한다면,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는 얼마든지 퇴보할 수 있다는 냉혹한 진실을 가르쳐준 것이다.

노동시간단축 및 근기법 개악, 구조조정시 노조 무력화, 노조법 개악 등 2001년의 쟁점들은 다시한번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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