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자주적 단결권을 완전 보장하라!
–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복수노조허용·공무원단결권 보장 등 촉구
1. 3월 27일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는, 복수노조 허용을 또다시 5년간 유보한 한국정부의 조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를 조속히 시정할 것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채택하였습니다. 이 권고안은 오는 3월 3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이사회에서 다루어질 예정인데, 특별위원회인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결의와 권고주문은 대부분 무수정 통과되는 것이 관례입니다. 권고안 결의에 통상 수개월이 걸리는 데 비해 이번 권고안은 지난 2월 26일 민주노총이 ILO에 제소한 지 한달만에 채택된 것으로, ILO가 한국의 단결권 보장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 결사의 자유 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에는 강력한 유감표명과 촉구가 표현되어 있습니다. 위원회는 복수노조 금지를 또다시 5년 유예한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deeply regret)”, “중대한 퇴보(serious setback)”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아주 조속한 시일 안에(in the very near future) 구체적인 결과를 확인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입법절차를 신속히(speed up) 진행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urge)” 등의 용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노사정위원회에 대해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노동자 보호 등 많은 의제를 다뤘지만 실제적인 성과는 없었을 뿐 아니라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5년이나 추가 유예한 것은 심각한 퇴보(serious set-back)”라고 평가하면서 “노사정위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조속히 구체적인 제안을 낼 것을 강력히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3. 이밖에도 권고안에는 공무원에 대한 단결권 제한,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존치,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광범위한 적용, 노동조합 활동가에 대한 구속·처벌의 자행, 삼미특수강과 오므론 노조 승소판결의 실효성 문제 등 한국사회에서의 단결권 침해사례에 대한 광범위한 시정권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ILO가 9차례에 걸쳐 한국정부에 대한 권고를 결의해 온 데다가 이번에 또다시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강력한 단결권 보장 권고안이 채택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사회에서의 노동3권 보장은 아직도 미약한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4. 특히 복수노조금지조항은 단결권 제한의 대표적 사례로서, 헌법과 노동법, ILO조약 등에 명시되어 있는 바 “노동자의 자주적 의사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 때문에 비정규노동자들의 단결권이 침해될 뿐 아니라 어용노조·유령노조에 대항하는 자주적 단결의 권리가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홍익매점노조, 명월관노조, 한국통신계약직노조, 전국학습지산업노조 대교교사지부, 새한노조, 길병원노조, SK텔레콤비정규노조 등 수많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이 조항 때문에 단결권을 침해당하고 있습니다.
5. 복수노조금지조항 이외에도 수많은 노동악법과 노동행정이 헌법과 국제인권법상 보장된 단결권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보험모집인·건설운송노동자·학습지교사 등 소위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법상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해 노동기본권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파견·용역·사내하청노동자들은 실제 사용자에 대한 노동3권을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수차례에 걸쳐 지적한 것처럼 공무원과 실업자들의 단결권도 원천적으로 부정당하고 있습니다.
6. 이번 복수노조 유보입법은 앞으로 있는 노동법개악의 서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계는 작년 하반기부터 파견대상업무 확대, 파견기간의 연장을 주장하여 왔고, 노동시간의 단축의 전제조건으로 월차, 생리휴가 폐지, 할증률 완화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수합병 시 고용승계 의무를 없애고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재계의 요구는 노동부장관의 기자회견이나 노동부의 연구용역결과 등에서 정부의 입장으로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비정규직보호대책 논의는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보호를 위해서는 정규직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더욱 불안정화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7. 이처럼 반인권적·반헌법적 노동법개악에 앞장선 노사정위원회와 정부, 그리고 거수기로 전락한 국회는 국민대중과 국제노동기구의 분노와 우려 앞에서 참회해야만 할 것입니다. 또한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민중의 생존권적 요구를 폭력적으로 억압하면서 노동법개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김대중정권은 그 반민주성과 반인권성을 준열히 심판받아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과 제 노동사회단체는 지난 2월부터 복수노조 5년유보조치에 맞서 다양한 항의와 투쟁을 조직해 왔습니다. 향후에도 투쟁으로 복수노조금지를 포함한 노동악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연대활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또한 이번 사회권위원회 제25차 회기(2001.4.23-5.11)에서 열리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대한 한국정부 제2차 보고서 심의과정 등을 통해 그 반인권성을 다시 한 번 고발해 낼 것입니다.
그리고 비정규직·공무원·실업자 등 노동대중 전체가 단결권을 비롯한 노동기본권을 완전히 향유할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투쟁을 진행할 것입니다.
♠ 결사의 자유 위원회 권고안 원문과 번역본은 http://workin.jinbo.net 자료실에…
2001. 3. 28
파견·용역노동자 노동권 쟁취와 간접고용 철폐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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