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조직사건 조작하다니…”

단국대 조직사건 공대위, 청와대에 항의서한

“김대중 대통령!

하루아침에 평범하게 사회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무더기로 ‘무슨 조직이네’라고 하면서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이한 부모님들의 피맺힌 절규를 외면해서는 안됩니다. 당신도 수배자가 되고 구속이 되어 가족들과 생이별을 당한 채 한맺힌 세월을 보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조직사건을 조작하고, 스스로부터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심대한 훼손을 가한다면 온 겨레는 등을 돌릴 것입니다.”

소위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에 대한 사회적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5월 24일 ‘소위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 조작음모 분쇄를 위한 공동대책위’는 2시부터 명동성당 앞에서 ‘단국대 조직사건 조작음모 분쇄·한총련 이적규정 철회·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공동연대집회’를 열고 “전국적으로 반미와 통일 열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반통일 수구세력들이 조작해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3시50분경 전국연합 노수희 공동의장 등 3명의 대표단이 청와대를 방문, 수배·구속자 부모가 작성한 탄원서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사건발생 10일만에 민언련 등 각 사회단체 명의의 항의성명서도 잇따라 발표됐다. 민언련은 19일 항의성명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개정·폐지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지금,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또 다시 이들에게 어떤 망태기를 둘러씌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조작사건 중단을 촉구했다.

서울시경 보안수사대는 지난 14일 구본승 등 단국대 재학생·졸업생 12명의 집을 압수수색한 뒤 이중 7명의 학생들을 연행, 구속했다. 이중 김명섭(99년 법대학생회장) 씨 등 2명은 군복무중 연행돼 기무사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박요섭(2000년 총학생회장) 씨 등 4명에 대해 추가체포영장을 발부해둔 상태다.

연행자 7명은 5월23일까지 홍제동 대공분실과 기무사에서 경찰조사를 받았으나 대부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5월23일 검찰로 송치됐다.

문제는 이들 연행자 7명에 대해 불법연행과 밤샘조사 등 강압수사가 진행된 것에 반해 이들이 연행된 사유에 대해서는 공식 발표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은 이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지 하루가 지난 5월24일 현재까지도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변호사 접견을 통해 밝혀진 이들의 연행사유는 ‘활동가 조직’ 구성원이라는 것.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이라는 명칭조차도 접견내용을 토대로 대책위에 의해 붙여졌다. 연행자들은 현재 ‘단국대 활동가 조직 가입여부’ ‘주체사상 학습 여부’ ‘한국민족민주전선 문건 토론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인터넷 상에 유포된 각종 이념문건 작성자로 추궁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 관련 연행자 명단

▶14일 연행 뒤 현재 서울구치소 등에 수감중인 사람

구본승(법학 93·졸업생)…현 단국대 민주동문회 간사

황우정(공대 94·2000년 총학생회 연사국장·졸업생)…현 부여군 농민회 간사

정찬무(법학 96)…현 총학생회 정책위원장

정인철(공대 97)…현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 군입대 준비중

장선옥(경정 98)…현 야간학생회 부학생회장

▶14일 연행 뒤 불구속된 사람

강덕영(법학 94·97년 부총학생회장·졸업생)…군복무 이후 사법고시 준비중

강윤경(응물 95·졸업생)…현 방송위원회 노동조합 간사

▶군복무중 연행된 사람

김명섭(법학 97·99년 법대 학생회장)…군복무중 압수수색 뒤 기무사(서울 장지동)로 이송.

손지승(공대 97)…군복무중 압수수색 뒤 기무사로 이송.

▶추가 체포영장 발부자

이산라(법학 94)…현 단국대 총학생회장·서남총련 의장

박요섭(경제 97·2000년 총학생회장)

서우석(분생 93·졸업생)

‘조직’사건이 아니라 ‘조작’사건이다

소위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에 대해 단국대 학생들을 비롯한 사회단체 관계자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더 이상 존재 가치를 상실한 국가보안법을 끝까지 움켜쥐려는 수구보수세력들의 발악”이라며 “조작사건 음모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직사건 발표 이틀만에 구성된 <소위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 조작음모 분쇄를 위한 공동대책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등 15개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5월18일 소위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 조작음모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보안수사대)이 작성한 자료를 가지고 자신들의 의도대로 짜맞추기식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시대에나 있었던 조직조작사건을 만들어 통일지향을 거스르려는 반역사적, 반통일적 책동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렇다면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은 왜 발생했을까.

이에 대해 비대위 대변인 박요섭(단국대 97) 씨는 “최근 단국대 조직사건뿐만 아니라 경기대 총학생회장 연행, 한총련 6기 의장 손준혁 씨 연행 등 한총련 내 대학에 대한 검거열풍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6.15 공동선언 이후 국민들의 반미·통일열기 고조 △6월 임시국회 개원시 국보법 개폐 논의 임박 △6월초 한총련 출범식에 따른 ‘한총련 이적논쟁’ 대비 등의 주변조건 변화가 수구세력 및 공안기관을 압박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단국대 민주동문회 한 관계자도 “공안기관은 연행자중 가장 나이가 어린 장선옥(98) 학생에게 강압수사를 통해 받아낸 자술서를 근거로 타 연행자들에게도 거짓자백을 받아내려 하고 있다”며 “하지만 연행된 학생들은 평범한 학생들일 뿐더러,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음은 5월24일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으로 구속·수배된 학생들의 부모가 작성한 대통령 탄원서 전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님께 드리는 탄원서

국정운영에 여념이 없으신 대통령님께 드립니다.

저희는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으로 구속, 수배된 사람들의 부모된 사람입니다.

작년 6월 대통령께서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 공동선언을 발표하셨을 때, 저희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박수와 갈채를 보내고,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셨을 때, 인권이 보장되는 나라가 오겠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아들과 딸들은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이라고 하는 사건으로 공안당국에 구속되어 수감돼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해서 고통을 받으신 당신이라 가족들의 고통을 더욱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얼마전 소위 ‘단국대활동가 조직사건’이라는 조작사건 말소행위에 대해서 대통령님 스스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희는 대통령께서 국가 운영의 대원칙은 민주주의와 인권국가 구현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겠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은 대통령께서 내세우시는 민주주의, 인권국가의 청사진과는 다르게 어린 여학생에 대해서 협박·강압수사를 진행하고, 이것을 통해서 조직사건 조작으로 평범한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잡아 가두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뜻과 다르게 반인권적인 조작사건을 만들어가고 있는 공안당국 관계자들을 엄중 문책하여 주시고, 하루빨리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던 민주주의, 인권국가를 만들어 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빌어봅니다. 또한 대통령님께서 우리 아들, 딸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시어 하루빨리 부모들의 품으로 돌려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이른바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 조작은 통일을 향한 국민적 바람을 크게 거스르고 있습니다. 사건 조작을 중단하고 하루빨리 구속된 우리 아들, 딸들을 부모의 품으로 돌려주십시오. 조직사건 조작음모, 강압수사의 책임자를 엄벌해야 합니다. 대통령님의 결단을 믿고 있습니다.

2001년 5월24일 소위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 으로 구속, 수배된 가족들이 대통령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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