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허위청구 막기 명분으로 전자건강보험증 추진
보건복지부가 부당·허위 청구를 막을 목적으로 건강보험증에 IC카드를 삽입하고 여기에 신용카드 기능을 연계한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할 계획으로 밝혀져 또 하나의 전자주민카드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전자건강보험증 사업은 지난 21일 김원길 보건복지부 장관이 관련업체 컨소시엄의 사업설명회에 직접 참석하고 올 9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건강보험증은 주민등록번호, 성명, 혈액형, 처방내역, 개인 병력(病歷)사항 등이 기록된 IC칩이 내장된 카드다. 현재 한 가구당 하나의 카드를 사용하는데 반해 전자보험증은 한 명당 하나의 카드를 소지하도록 해 미성년자도 발급대상이 된다.
때문에 주민등록증(발급대상 3천6백만명)보다 발급대상(건강보험증 4천5백만명)이 더 넓어진다. 여기에 정부는 신용카드 기능도 겸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항상 카드를 갖고 다니게 해야 하고 또 엄청난 카드발급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지 않는다는 방침아래 카드발급 비용을 민간기업에 넘기는 대신 신용카드 기능을 부여해준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사업에는 신용카드회사와 IC칩 제조회사 등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만들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하나의 카드에 대량의 정보를 갖게 될 전자건강보험증은 본인확인을 위해 전자지문감식이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전자건강보험증에 대해 보건복지민중연대(준) 등은 29일 서울 안국동 철학카페 느티나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건강보험증은 주민등록증보다 더 강력한 국민통제형 국가신분증이 탄생하는 것”이라며 “복지부는 도입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지문날인거부운동을 진행했던 사회진보연대 홍석만 씨는 “미성년자까지 전자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아야 하고 IC칩이 삽입된 스마트카드로 제작될 뿐아니라 신용카드 기능까지 부과되어 사실상 모든 기능에서 과거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건강보험증의 본인확인을 위해 필연적으로 전자지문감식과 같은 기술이 사용될 것이고 이는 제2의 전자주민카드”라는 것이다.
홍씨는 “무엇보다 전자건강보험증으로 국민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증대한다”고 우려했다. 현재 복지부가 계획하고 있는 전자보험증에는 개인의 치료 및 처방과 관련된 정보 뿐 아니라 특이체질(예: 간질 등 개인 병(病)력)의 경우 그 사항까지 기록할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나아가 복지부는 전자건강보험증에 신용카드 기능까지 부과해 신용카드회사에서 개인의 병력관련 정보들을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해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더욱 높다.
대금결제를 위해 신용카드 회사에 진료 및 제약내역이 전송돼야 하기 때문에 신용카드 회사는 병력사항과 투약내역을 볼 수가 있고 환자별 의료기관별 약제품별로 데이터베이스로 저장할 수 있다. 이 정보들이 상업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홍씨는 또 “전자건강보험증은 카드발급 및 재발급, 수수료, 신용카드 연회비 등 제 비용을 상승시켜 실제 의료비를 인상시키는 효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폐해가 큰데 반해 원래 이 카드의 목적이었던 부당·허위 청구를 막는데는 실효성이 없다고 의료계에선 말한다.
평등사회를 위한 민중의료연합의 최용준(의사·34) 씨는 “현행 관행상 진료비 청구가 의료기관의 자체심사를 거쳐 진료시점보다 2-3일 후 청구되고 이 과정에서 부당·허위청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전자건강보험증이 되더라도 현행과 같은 관행이 유지된다면 아무런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말한다.
“설사 곧바로 실시간으로 공단에 진료내역을 전송하고 청구하는 방식이 된다 하더라도 진료내역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부당·허위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자카드가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오히려 부당·허위청구의 기법만 고도화시켜 의료기관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같은 불법행위를 정당화시켜놓을 우려마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민중연대 등은 오는 6월 전자건강보험증의 문제에 대해 토론회를 갖고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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