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보호 요청…영화제측 강행키로
제2회 인권영화제 개최와 관련, 홍익대측이 29일 서준식 인권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고소하고, 경찰에 시설물보호를 요청했다. 또한 경찰은
이날 오후부터 홍익대 정문 주변에서 검문을 벌여, 타학교 학생들의
출입을 봉쇄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불허방침을 밝혔는데도 행사를 강행하고 있
기 때문에 고소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제 주최측은 정부와 학
교측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제를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4일
까지 24편의 작품 모두를 상영할 예정이다.
한편, 27일 개막일부터 벌어진 학교측의 상영관 폐쇄와 단전조치에 따
라 영화제 일정은 조금씩 변경되고 있다. 27, 28일 양일간 학생회관 1
층 휴게실과 야외계단에 스크린을 설치했던 주최측은 29일엔 제2공학
관(O동)과 미술관 앞 야외객석(일명 롱다리 계단)에서 영화를 상영했
다. 야외객석의 경우, 일몰시간 이후 상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초 상
영시간인 5시에서 한 시간 정도씩 늦춰져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29일까지 인권영화제를 관람한 사람은 연인원 3천명 정도로서 지난해
보다는 다소 적은 규모이다. 이는 상영장소가 협소하고, 봉쇄한 결과로 풀이된다.
***** <성명> 영화제 봉쇄조치에 대한 입장 ******
– 제2회 인권영화제 집행위원회 –
1. 9월 27일부터 열리고 있는 인권영화제가 정부기관의 압력에 의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얼마전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릴 예정이
었던 퀴어영화제는 행사를 전혀 열지 못했고 그 전에 있었던 소형단편
영화제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이
행사들이 영화진흥법·음비법·공연법이 정한 사전심의와 공연신고를
마치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2. 1996년 10월 4일 헌법재판소가 공윤의 영화 사전심의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장치이고 따라서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판정으로 인해 96년 7월부터 시행중이던 영
화진흥법은 개정되어야만 했고 음비법 또한 이번 정기국회에 개정안이
상정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헌 판정을 다시 상기하는 것은 영화제
들에 대한 이러저러한 압력조치가 위헌판정이 제도 속에 제대로 반영
되지 못한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3. 기왕에 문제가 되었던, 또 10월 1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1차개정 영
화진흥법중 검열장치로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자율심의를 감당하는
기구(공윤이 공진협으로 바뀌는 형식적인 변화와는 상관없이)가 강제
력을 동원하여 종국적인 상영금지(음비법에서의 판매·배포·대여·시
청제공·상영 등 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의기구가 법원
의 실정법 위반 여부 판단과 상관없이 ‘등급부여 보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다. 공연법에도 문제는 있다. 공연
신고를 하면서 심의필증을 같이 내도록 하고 있고, 신고를 받는 자치
단체(시구청)는 심의필증이 없을 경우 공연신고를 처리하지 않는다.
(만약 등급부여 보류 조항이 없어진다면 심의필증 첨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 행사를 강행하려 할 경우 공연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공연 중지명령’을, 심지어 행사가 열리기도 전에, 내린다.
결국 자율적인 등급분류로 한정되어야 할 심의기구의 종국적인 상영금
지 처분(등급보류 판정)과 반드시 심의필증을 첨부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상의 ‘공연허가’ 조항으로 형법등 다른 실정법 위반 가능성이 거
의 없는 영화의 상영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4. 문제는 또 있다. 실정법 위반 혐의가 있는 영화에 대해 그 내용을 관계기관(검찰등)에
통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개정 음비법도 같은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자율기구의 한계 때문에, 종국적인 상영금지 처분인 등급
보류 조치가 없다는 전제하에, 이런 통보행위는 납득할 수 있는 조치
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러 영화제에 대한 공권력의 압력은
이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지 않다. 등급보류 조항과 사실
상의 공연허가제를 활용하여 행사를 봉쇄할 수 있기 때문에 런 통보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경찰이나 공안기구가 공연장을 빌려주는 측(영화관, 학교
등)에 대해 행사불허조치를 내릴 것을, 또는 병력을 출동시켜 시위를
벌이면서, 사실상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5. 또 공연법에는 ‘공연자 등록’ 조항이 따로 있는데, 등록을 하지 않
을 경우 공연신고를 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등록과정에서도 고의성
이 짙은 처리지연 조치가 자행되고 있다. 행정서비스라는 편의제공의
의무가 있는 시구청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심지어는 접수를 받았던
담당자가 행사직전에 출근을 않는 경우도 있다) 등록증 교부를 지연시
켜 심의필증없는 공연신고 시도 조차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검열
장치를 고집하고 있는 심의 주무부처인 문체부, 법대로를 외치는 지자
체, 심의기구의 통보없이도 직간접 봉쇄작전에 나서는 공권력, 이 삼자
의 강력한 연대가 이뤄지는 가운데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영화나
비디오의 공개가 봉쇄당하고 있다.
6. 영화계가 이미 제기한 바 있는 심의와 관련한 대안은 이렇다. 우선
심의기구에 의한 등급보류는 즉각 철폐되어야 한다. 자율기구에 의한
자발적이며 권고적인 심의가 아니라, 사실상의 검열장치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18세이상 관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화 및 비디오물 상영은 등급분류에서 예외를 인정해 주어야 한
다. 아울러 형법등 다른 실정법 위반에 대해서는 문체부나 심의기구
가 아니라 본래 그 책임을 맡고 있는 경찰이나 검찰이 독자적인 판단
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검열제도를 종식시키고 당당한 공권력을 회복시
킬 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7. 우리는 각 기관의 이성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아울러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끝까지 맞설 것이다. 또 헌법재판소 위헌판결의 귀중한 정신
이 영화진흥법 등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세력
과 함께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노력할 것이다.
<영화제 단신>
◎…개막당일, 영화제 개최를 막으려는 학교당국의 노력은 거의 필사
적. 와우관 등 3개 상영관의 출입문을 자물쇠로 꽁꽁 걸어잠근 학교당
국은 그래도 안심이 안되었던지 수십명의 직원들을 동원해 행사장 주
변을 감시했고, 오후 3시30분경 영화제 주최측이 행사장소를 학생회관
으로 변경하자 이번엔 건물의 전원마저 내리는 등 혼신의 노력을 다하
는 모습. 전경들도 오전부터 홍익대 주변에 장사진을 친 채 ‘무력시위’
를 벌이고.
◎…학교측의 상영관 폐쇄와 전원 차단에도 불구하고 영화제 주최측은
성공리에 영화제의 막을 올렸는데, 이는 사전에 발전기와 스크린을 준
비하고 있었기 때문. 또 실내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관계로 야외에서
영화를 상영했지만, 이것이 가을밤의 정취와 어울려 관객들에겐 더욱
근사한 추억을 선사하기도.
◎…29일 현재까지 최고의 인기작으로 떠오른 작품은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문제작이면서도 상영 내내 관객들
의 박수와 폭소가 계속. 그밖에 <루치아>, <명성 6일의 기록> <호남
호녀> 등도 감독의 명성에 걸맞게 호평을 받은 작품들.
◎…영화제 최대의 화제작이었던 <쇼아>가 상영장의 악조건으로 인해
많은 관객을 만나지 못한 것은 영화제 초반까지 가장 아쉬운 대목. 한
편,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은 앵콜상영 또는 대여를 요구해 오기도.
◎…영화제 주최측은 지난번 무산된 큐어영화제의 초대작 가운데 <미
노루와 나>를 특별상영함으로써 ‘검열반대 및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
한 연대의지를 과시. 또한 큐어영화제 참석차 입국했던 나까다 도이치
감독은 인권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자 무척 흐뭇
한 모습.
◎…지난 4월 서울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상영취소 파문을 겪었던
<레드헌트>는 언론을 통해 여러차례 ‘홍보’가 되었기 때문인지, 이번
영화제 상영장 가운데 최고의 ‘인구밀도’를 자랑.
***** 오늘(30일(화))의 인권영화 (홍익대학교) *****
제2공학관 O동 미술관 앞 계단(롱다리계단)
5:00 브라질 애비뉴 6:00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
7:30 명성 6일의 기록 8:30 루치아
9:30 델타포스
*****제2회 인권영화제 화제작 ******
<유토피아를 찾는 사람들 Hunters of Utopis>
아르헨티나/데이비드 발렌스타인 감독/145분/다큐멘터리/컬러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의 최대 격동기라고 할 수 있는
1970년대, 정치·사회운동에 몸을 바친 33인의 진솔한 회고로 이루어
져 있다. 블라우스타인 감독은 그 회고를 문서보존소에서 꺼내온 박력
넘치는 기록화면과 적절히 교차 시킴으로써 우리 눈앞에 민주화투쟁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인다.
1970년대 초, 군사정권의 폭력정치에 저항하는 민중들의 피투성이 항
쟁, 73년의 민간정부 성립을 환영하는 민중의 열광, 그리나 민간정부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좌파와 우파와의 갈등을 거쳐 다시 1976년
에 일어나는 군사 쿠데타는 아르헨티나에 바다 속과 같은 암흑을 가져
온다. 33인은 이런 일련의 과정을 차분한 목소리로 증언해준다.
거기에는 세계 곳곳을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시대 고난에 찬 민주화운
동의 자화상이 있다. 다양한 운동가들의 정열과과 회한, 고통과 희망이
화려하게 교차되는 민주화운동의 자화상이 있다. 보다 나은 나라를 만
들기 위하여 고난의 시대에 몸을 바친 33인, 그들을 ‘유토피아를 찾는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매우 적절하다.
<어떤 쿠바 난민들 The Cuban Excludable>
쿠바/1994/에스텔라 브라보 감독/57분/다큐멘터리/컬러
1980년대초. 자유를 찾아, 많은 경우는 좀더 나은 생활이라는 소박한
꿈을 안고, 미국으로 간 쿠바 탈출자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소망
이 모두 이뤄진 것은 아니다. 기회 자체를 원천봉쇄당했기 때문이다.
마리화나 소지, 절도, 술주정 등 상당히 약소한(?) 일탈행위 때문에 급
기야 ‘반사회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극히 주관적이고 편견에 찬 판정
을 받고 격리당하거나 심지어는 강제약물투여를 당하고 정신병자 취급
까지 받게 된 사람들. 몇개월의 형량을 다 채우고도 아무 근거없이 10
년 이상 더 옥살이를 해야했던 사람들. 이들 수천 명의 쿠바인들이 탈
출한지 무려 15년가량이 지난 1990년대 중반에 다시 쿠바로 추방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의 방침이 바뀌면서 되도록 이민자를 줄이려
는 이민국의 이민 불허판정을 받고 추방될 때를 기다리며 교도소에 수
용된 사람들도 수천명이나 된다.
한 때는 공산국가를 탈출한 영웅으로 쿠바인을 떠받들던 미국, 그들은
가난하거나 흑인인 쿠바인들에게 가한 부당한 차별대우, 심지어는 반
인륜적인 가혹행위를 감추기 위해 이러저러한 핑개거리를 찾고 있다.
1997년 9월 30일 화요일 인권하루소식 제9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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