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관련 일간지 보도 모니터 보고서

대상 : 경향, 대한매일,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발표일자 : 2001. 05. 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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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미 대통령은 5월1일 취임초기부터 강한 시행의지를 보여왔던 NMD계획을 구체화시켰다. ‘MD’라 지칭되는 이 새로운 미사일 방어체제는 NMD에서 ‘국가’의 개념을 삭제하여 미사일 방어권역을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부시 행정부는 MD체제가 해외 주둔 미군과 우방국들을 불량국가들의 위협 속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영국·일본 등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많은 나라들이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세계 ‘유일패권국’으로 군림하려는 미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14년째 북한을 ‘불량국가 리스트’에 포함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는 향후 남북관계 및 동아시아 안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정부의 외교정책의 방향과 속도를 조율한다는 오해를 받아왔던 언론이 그 동안의 오명을 씻고 MD를 제대로 보도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부시 행정부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선언을 계기로 북한의 정체성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며, 정부의 햇볕정책을 비판하는 등 MD를 남북관계 개선에 딴지를 걸던 기존의 논리를 강화하는 근거로 이용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MD체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에서 드러나는 언론 논조의 스펙트럼을 통해 북한과 미국을 바라보는 각 언론의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나선 조선일보

– 미국쪽 논리에 충실, MD체제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어

미국이 NMD추진을 선언하면서 북한과 러시아·중국간의 공조는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 일부 군사·안보 전략가들이 ‘제2의 냉전시대 도래’를 예견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조선일보는 5월1일자 2면 <인민은 굶는데 무슨 돈으로 무기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주민은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도 무기증강에 여념이 없는 김정일 정권의 속성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권력만 유지하겠다는 것을 드러낼 뿐이다”라며 기존의 포괄적인 냉전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NMD체제가 북한을 군비확대의 길로 접어들게 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배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의 희생과 무기증강을 대비시켜 북·러 군사협약을 단순히 김정일의 권력욕의 소산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조선일보가 MD체제의 위험성을 고의로 누락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또한 <알 수 없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5월7일자 시론에서 조선일보는 일부 언론에서 ‘CIA개입설’까지 제기하는 민감한 사안인 김정남 일본 밀입국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이 ‘이상한 나라’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단정하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어떻게 동맹체제로부터 얻어지는 안보이익과 경제적 실리를 불확실성의 미래를 위해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조선일보는 MD체제의 실질적인 추진배경과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한미동맹’과 ‘북한위협론’을 강조함으로써 MD체제에 대한 간접적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미동맹’과 ‘민족자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동아, 중앙

– ‘북한위협론’과 ‘한미동맹’ 강조했던 NMD 보도보다는 진전 보여

동아와 중앙은 약 두달 전 NMD보도 당시 북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며 긴밀한 ‘한·미공조’를 역설했다. 동아는 3월2일 <새 장기국방전략>이라는 제목의 금요포럼에서 “불량국가 대열에 올라 있는 북한도 주요 관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한 후, 3월6일자 6면의 기고문 <북한 군사력 증강 현실 직시하라>를 통해 북한 위협론에 불씨를 당겼다. 중앙은 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일방적인 퍼주기로 비치고 있기 때문에 한·미간의 공감대 형성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주장은 2월 1일 시론<부시 행정부 기회와 도전>에서 “지금은 우리의 대북정책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국론을 결집해 힘의 외교를 부르짖는 초강대국 미국과 튼튼한 정책 공조를 확립하는 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라는 문장을 통해 집약적으로 표출된다. 당시 중앙과 동아의 이러한 논조는 북·미 간의 갈등을 고조시켜 어렵게 형성된 남북화해무드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MD 문제점 지적하고 북·미 합의 강조로 입장 선회한 동아·중앙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MD체제를 선언한 후, 동아와 중앙은 MD체제의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일보는 5월2일자 3면 <국제사회 탐탁찮은 눈길>에서 러시아, 중국, 독일, 프랑스 등이 MD체제에 반대하는 이유를 “압도적으로 우월한 힘을 앞세운 미국 중심의 전략에 대한 경계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MD체제가 ‘미국만 안전함을 느끼고 나머지 국가들은 불안함을 느껴야 하는’ 불합리한 체제라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5월4일자 10면 <미 언론이 지적한 MD체제 세 가지 문제점>에서는 전면을 할애하여 기술결함, 우방과의 갈등 유발, 불량국 위협에 대한 과장 등을 MD체제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맹목적으로 ‘NMD 는 북한의 위협을 잠재우기 위한 안보수단’이라고 역설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중앙일보도 5월5일자 사설 <북한도 미국도 더 유연해야>에서 부시행정부에 “하루 속히 대북정책 검토를 끝내고, 기존의 포용정책에 따라 대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평화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한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대북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5월8일자 사설 <미국은 북한을 끌어안아야>에서는 미국에 “북미 기본합의에 배치되는 경수로 건설의 화력발전 대체 등과 같이 새로운 갈등요인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본다”는 ‘주문’을 하고 있다. 북·미간의 합의를 강조한 중앙의 보도는 NMD를 통해 힘의 외교를 지향하는 미국과 튼튼한 공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 비하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이다.

MD체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과 해법제시 아쉬워

– 한국·경향, 적극적 문제제기뒤의 힘없는 결론

– 대한매일, 정부의 외교적 곤란 고려한 모호한 보도태도

MD체제에 대한 간접적 지지의사를 밝혔던 조선일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MD체제가 불러올 반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하다. ‘힘의 외교’를 강조해왔던 중앙일보조차 5월3일자 사설 에서 “미국이 대북 포용정책을 다시 정립, 북한을 국제사회의 선량한 이웃으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 MD체제 구축보다 훨씬 돈이 덜 들고, 평화체제를 한반도에 영구적으로 구축하는 길”이라고 역설한 것을 보면 MD체제의 위험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 언론들이 명확한 입장표명과 적절한 해법제시에까지 이르냐하는 것이다. MD체제가 미국의 패권지지와 군산복합체의 이익증대 차원에서 추진되고, 한반도 및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 언론이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분명한 입장표명은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라는 약소국의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언론들이 MD에 대한 반대여론을 사회적으로 조직화한다면 정부로서는 외교협상을 벌이기가 한결 수월할 것이다. 국민들의 결집된 여론이 중요한 외교적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들은 MD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만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여기는 건지 입장표명과 해법제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일보는 5월3일자 6면 <21세기 ‘립 밴 윙클’>이라는 칼럼에서 “미사일방어 계획은 미국과 유럽방어와 무관하고, 중국과 동아시아를 겨냥한 포석”이라며 미국의 MD추진의 진정한 의도를 천착하고 있다. 그리고 5월7일자 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김정남 밀입국 사건 배후에 CIA가 있었음을 기정사실화하고 부시의 강경일변도의 외교공작이 한반도 평화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신중한 자세 견지’라는 원론적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다소 맥빠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3일자 사설 <우려되는 미 MD구축선언>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던 경향은 MD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에 상응하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다만, 우리 민족의 생존과 번영에 직결된 문제에 대해서 제 목소리도 못내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몰주체적’인 눈치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경향이 제시한 해법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한편, 대한매일은 정부의 외교적 곤란을 고려해서인지 국제적 긴장을 야기시키지 않는 선에서 MD체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특징적이다. 대한매일은 5월3일자 사설 <미 미사일 방어체제와 한반도>에서 “탈냉전이후의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량 살상무기 비확산 외교와 함께 방어체제구축, 여타 관련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이를 추진하는데 있어 반드시 충분한 협의가 따라야 할 것”이라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MD 반대’ 분명한 목소리낸 한겨레

한겨레도 타 언론과 마찬가지로 MD체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한겨레가 ‘전략적 모호성’이나 원론적인 ‘신중함’을 역설한 타 언론과 구별되는 점은 MD체제 자체에 대해서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5월3일자 사설 <미국 미사일방어체제 반대한다>에서 부시 행정부의 MD계획에 대해 “평화와 군축의 큰 흐름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 보고, 이에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했던 한겨레는 MD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서 주체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평이다. 아울러 차분하고 신중하게 MD체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5월 3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세계적 운동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는 제언을 한 것, 5월3일 3면 <미 ‘MD체제’ 선언 의미>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이라크·북한 등의 위협을 강조하기보다는 러시아의 핵무기를 감축하고 옛 소련 핵 물질의 안전성을 확보하며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나서지 않도록 협상을 통해 설득하는 것이 실질적인 위협을 줄이고 비용도 절약하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것은 모두 한겨레의 자주적 태도와 일관성을 이룬다.

‘반전·평화’ 거시적 관점 아쉬워

언론은 민감한 외교적 사안에 대해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 정부의 외교력은 결집된 국민의 여론에 힘입어 강화되는데, 그 역할을 언론이 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있어 ‘자국의 이익’이란 ‘민족자주’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다. MD체제로 인해 얻는 동맹결속과 안보·경제적 실리가 남북관계의 후퇴를 상쇄할지 의문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칙없는 모호한 ‘신중함’이 과연 우리의 이익에 기여할 것인가. 55년전, 혼돈스러운 상황에서 우리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통일의 꿈을 접어야 했던 쓰라린 기억을 떠올린다면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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