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투쟁, ‘계급전쟁’이 시작됐다
총력투쟁, 싸우는 노동자들
현장1> 효성, 그리고 울산노동자
얼마만인가, ‘계급전쟁’이 시작됐다
참을 수 없는 억눌림…경찰병력도, 노동자도 울산으로
6월5일 새벽 5시 반.
경찰병력은 중장비로 정문을 부수며 밀고 들어왔다. 변전실과 옥탑을 점거한 지도부만 남고 조합원들은 후퇴했다. 그러나 후문을 비롯한 각 문을 틀어막고 경찰은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은 조합원들이 도망가는 것을 용납지 않고 토끼몰이를 시작한 것이다.
조합원들은 겨우 1백50여명만 모비스공장 쪽 담장을 넘어 빠져나가고, 연약한 여성조합원들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하나하나 잡혀 닭장차에 실렸다. 효성자본과 폭력경찰은 평화롭게 파업하던 효성조합원과 가족을 무참히 짓밟았다.
공권력, 평화를 짓밟다
한편 울산지역 노동자 7백여명은 6월4일 저녁, 경찰의 침탈을 막기 위해 효성 공장으로 들어가 합류 하려했으나 공장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이미 경찰병력이 막고 있었다. 파업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로 밤을 지샜다. 경찰이 침탈하자 지역노동자들은 야음삼거리로 이동해 도로를 점거했고, 효성에서 빠져나온 조합원들과 야간을 마치고 나온 현대자동차 노동자들, 그리고 외주노동자들이 잇달아 합세했다.
오전 10시 반, 노동자시위대는 야음동을 출발, 차도를 꽉 메운 채 공업탑을 지나 시청까지 행진해 시청 앞에서 공권력 침탈 항의집회를 열었다. 12시쯤 되었을까. 집회를 마치려는데 갑자기 양쪽에서 전경들이 나타나 공격을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다쳤다.
느닷없이 공격을 받은 노동자들은 우왕좌왕, 샛길로 빠져나갔다가 다시 큰길로 나왔다. 그리고 보도블럭을 깨어 짱돌을 만들고 전열을 가다듬어 투석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몇 년만인가? 울산에도 드디어 꽃병이 등장했다.
‘늙은 노동자의 노래’
“저항하지 않는 조합원들을 이리도 짓밟다니! 세상에 이런 개같은 경우가 어데 있능교?”
효성노조의 한 늙은 조합원이 대뜸 내뱉은 말이다.
“6월5일 공장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우린 어제 저녁 마지막 집회 때 결의했지요. 파업참여 인원 중에는 임신한 가족도 있었어요. 젊은 조합원들은 무기를 들고 싸우자고 했지만 많은 조합원들은, 가족들과 여성조합원들이 다칠까 봐 비폭력으로 저항하자고 결정한기라요. 그런데,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저항도 않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때리고 잡아가고, 무법천지였습니다. 그래도 물리력 행사를 않고 피해서 후문으로 도망갔지요. 그런데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있어 조합원들은 갈라져 흩어지고…. 후문도 경찰이 막고 있었어요. 그렇게 잡혀갔습니다. 한참 있으니 변전소에 있던 지도부도 잡혀왔는데 한 사람은 가루를 하얗게 뒤집어 쓴기라요. 분말소화기로 사정없이 쏴대더라는구만요.”
“공장 안에 있을 때 하루 일과는 어땠습니까?”
“7시에 일어나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고 운동을 했지요.”
“정리정돈이라니요?”
“20년 넘게 몸바쳐 왔던 우리의 모든 것이 담긴 공장입니다. 파업이 끝나면 다시 생산을 해야 하고 우리가 아끼고 가꾸어 가야할 공장입니다. 파업이라고 해서 우리의 재산이 파손돼서야 되겠습니꺼?”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해 주세요.”
“8시에 아침을 먹고, 좀 쉬다가 9시부터 쟁대위 지침에 따라 분임조 별로 과제를 갖고 토론을 합니다. 거기서 의견이나 제안을 쟁대위에 제출하고, 10시부터는 모두 모여 잔디밭 차양막 아래서 노동가와 율동을 배우면서 가족들, 젊은이 늙은이 할 것 없이 한데 어울렸지요. 밤이면 교대로 체육관에서 눈을 붙이고…. 한평생 살아오면서 그토록 사람의 정을 느끼긴 건 이때가 처음이지요. 우리는 13년 만에 벌인 파업이라 경험이 없어 모든 게 서툴고 무서웠어요. 민주노총 간부들이 많이 가르쳐주고 지도를 해주어 파업을 잘 이끌어 왔어요. 또 태광, 고합, 현대정공은 물론 외주노동자들까지 많이 동참해서 사기를 얻었습니다. 연대가 무엇인지를 실감했어요. 그들한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회사에 대한 생각은 어떻습니까?”
“따끔하게 맛을 보여야 하능기라요. 부서를 없애거나 전환배치 등으로 야금야금 조합원이 줄고 새로 일이 생기면 대신 외주를 늘렸지요. 그렇게 해서 13년 동안 직영이 반으로 줄었어요. 회사는 13년째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방해했지요. 반장을 통해 회식을 열어 조합원을 빼돌리고, 전화로 협박을 하고…. 13년 째 회사는 늘 이런 식이었지요. 올해는 애초부터 협상은 않고 위원장 잡아가고 용역깡패를 들이대고…. 여태까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사람대우를 못 받은 기라요. 회사에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사실, 저는 정년퇴직이 여섯 달밖에 안 남았어요. 눈 딱 감고 일해도 됩니다. 집사람도 ‘나이 많은 사람이 뭐 하러 나서느냐’고 하지만 그럴 순 없지요. 내가 평생을 몸바친 회사가 잘되길 바랍니다. 회사는 우리의 절박한 요구를 들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계속 폭력으로 누르고 기계를 돌리려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싸움은 이제부터다
오후 5시반, 삼산동 현대백화점 앞 도로.
도로 양쪽에서 경찰들이 포위하고 천천히 좁혀 들어왔다. 한 차례 투석전이 벌어지고 경찰이 개떼같이 달려들었다. 학생들은 물러서면서도 쇠파이프 휘두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밀려나는 도중 학생 세 명이 그대로 짓밟혔다. 알고 보니 경찰들은 부평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진압 잘하기로 이름난 특수부대란다.
지금 공장을 빼앗긴 효성노동자들은 복산성당을 투쟁거점으로 장외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13년 무쟁의에 조합원 의식수준은 대기업노동자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이들은 파업을 통해 투사로 바뀌고 있다. 경찰에 짓밟히고 시달렸던 그들이지만 한 치도 흔들림 없다.
이렇듯 울산 전역은 전쟁터로 변했고, 조건은 달랐지만 부평에서 벌어진 잔인한 상황이 울산에서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 각 지역 노동자들이 속속 울산으로 달려오고 있다.
싸움은 이제부터다.
안윤길 / 현대중공업노조 편집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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