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건 터지면 전시용 강좌 열지만 실효성 의문

채용·진급 등 일상적 프로그램 개발해야

경찰등 수사기관이 공권력 폭력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일회성 ‘인권교육’을 하고 있으나 체계적 프로그램과는 거리라 있어 여론 무마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유, 여자고 아이들이고 없더라구. 이리저리 끌고다니고 패기도 하고…. 어쩜 그렇게 경찰이 무서운지 몰라.” 시위가 잦은 종로3가에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8·여)씨. 막내동생 같은 경찰들이 키만큼 큰 방망이를 휘두르며 시위대를 진압할 때면 간담이 서늘하단다.

“명백히 범죄가 발생되기 전에는 모든 사람은 무죄 아닌가요. 유식한 말로 ‘무죄추정’인가 뭔가.” 동네사람들과 시비 끝에 경찰서로 끌려가 큰 죄인이나 된 듯 욕설과 모욕, 손찌검을 당해야 했던 이정일(39)씨. 길 가다 경찰관만 봐도 움츠려 든다고 말한다.

이처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경찰의 인권침해·폭력이 난무하자 경찰은 내부 ‘인권교육’을 강화하겠다며 몇 개 강좌를 열었다. 하지만 경찰의 인권의식을 검증할 장치가 전혀 마련돼 있지 않고 체계적 ‘인권의식 향상 프로그램’이 없어 효과가 의문이라는 것.

서울 S경찰서 K경찰관(32)은 “‘민중의 지팡이’라고 말하며 경찰더러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한다고는 하는데 왜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인권의식이 전무함을 드러냈다. 그는 물론 “그동안 인권교육은 받아본 적 없다”고 말했다.

유엔은 ‘유엔 인권교육 10개년 행동계획’에서 국가적으로 체계를 갖춰 인권교육을 철저히 하도록 권고하면서 특히 경찰관, 판·검사, 교도관 등 인신을 다루는 법 집행 공무원에 대해 인권교육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경찰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은 지난 99년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부가 대구 남부경찰서의 초청으로, 경찰관 2백명을 대상으로 특강한 것이 처음. 오완호 사무국장은 ‘유엔의 인권보호 제도와 법집행 공무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공안기관의 인권침해 유형을 설명하고 수사과정에서 국제인권기준을 지켜줄 것을 경찰관들에게 당부했다.

지난 4월에는 대우자동차 폭력진압 사건이 터지자 정부가 전국 지방경찰청장회의를 소집해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키 위해 전 경찰관을 상대로 안전수칙에 대한 특별교육 및 인권교육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특별교육’에 그쳤을 뿐 후속 프로그램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의경 구타·폭행사건으로 경찰관과 의경 20명이 징계처리 되는 파문을 일으켰던 경기 수원남부경찰서가 ‘경찰 인권학교’를 운영하기로 했다. 남부경찰서는 “경찰관의 인권의식을 높이고 전·의경 관리과정에서 인권시비를 없애기 위해 인권학교를 열기로 했다”며 “1차로 다음달 4일 형사, 수사, 교통과 등 민원 부서 경찰관 등 40명을 교육하는 등 분기별 1회씩 실시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말썽의 소지가 있을 때마다 경찰측이 시행하는 일회성 인권교육에 회의감을 드러낸다.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시급히 인권교육 지침을 내리고 인권학교·강좌를 개설하지만 대부분 한두번 강의로 그치고 만다는 것.

인권교육을 받았던 L경찰관(35)은 “인권 정의니, 침해사례니 설명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으로 일관해 지루했다”며 “현장에서 직접 여러 사례들을 접하고 ‘아, 내가 인권침해를 하고 있구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한다”고 바랬다.

그나마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와 구로경찰서가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경찰인권학교’는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 10월부터 부정기적으로 시행해온 인권교육을 정례화한 것. 경찰청은 성공회대 조효제 교수의 ‘인권이란 무엇인가’, 허상수 사회학 박사의 ‘과거청산과 인권’, 한국여성개발원 변화순 원장의 ‘여성에 대한 탄압과 인권’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의를 경찰청 인터넷 방송국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성공회대 인권평화센터 김동춘 교수는 “인권학교 개설이 경찰관의 인권의식 함양에 다소 기여할 것”이라며 “경찰의 업무 수행시 인권침해 사례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따라서 경찰의 낮은 ‘인권의식’을 높이려면 경찰 채용·진급시 ‘인권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검증절차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현재 경찰 임용시험은 물론 진급시험조차 ‘인권’조항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기능 경찰’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

종합·체계적인 프로그램 마련도 중요하다. 경찰청 경무기획국 한 관계자는 “강의위주라느니 실용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체로 수긍한다”며 “책자나 비디오 활용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경찰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새사회연대 이창수 대표는 “경찰의 힘으로 프로그램 개발이 힘들다면 인권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프로그램을 공동제작하는 방법도 모색해볼만 하다”며 “‘전시용’이 아니라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현장에서 도움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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