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4전 5기’준비하자

16대 국회서 개정노력 4번 좌절, ‘민주-의지부족’·‘한나라-딴죽’ 합작품

자주성·사유재산 침해 논리 어불성설, ‘설립자·재단 맘대로’ 존속 속셈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가 또 다시 좌절되었다. 지난 정기국회 이래로 네 번째 좌절이다. 40여 개 단체가 결성하고 교육단체들이 주도한 <사립학교법 개정과 부패사학 척결을 위한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가 6월 임시국회 내내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단식 삭발 농성을 전개하며 가뭄의 불볕만큼이나 뜨겁게 투쟁했건만,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했다.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는 자민련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어떻게든 개정을 무산시키려는 한나라당의 반응은 그들이 정권 교체를 꿈꾸는 정당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무엇 때문에 국민의 거의 90%가 찬성하며, 수많은 사회단체들이 열렬하게 개정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애써 고개를 돌리는 것일까?

개정안의 내용은 이미 여러 번 언론에 소개된 만큼 상세하게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당론으로 확정한 개정안이, 국본의 제안을 전폭적으로 수용하여 여야의 개혁적인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에 비하면 상당히 미진한 것이라는 것만은 지적해 두고 싶다.

찬성여론 무시 정치권 직무유기

예컨대 여야의원의 개혁 법안은 공익이사를 도입하려 하지만 민주당 안은 그저 공익감사제도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또 전자는 교육관계법을 위반한 비리 이사의 재단 복귀를 10년 동안 막으려 하지만 후자는 그것을 5년 정도로 하고 있다.

민주당 안은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사회의 수구적인 세력의 반대와 사학법인 연합회의 강력한 로비력을 의식한 보수적 개혁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정치적 힘을 가진 것은 민주당 안이고 또 현 단계에서는 부패와 비리에 멍들대로 멍든 우리 사학을 일정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안이라는 것 또한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사학법인 연합회와 그들을 비호하고 있는 수구 언론과 관련 단체들은 여러모로 미진한 민주당 개정안조차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옹색한 논리의 비판을 제기해왔다.

예컨대 그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사학의 자주성을 훼손한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현재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는 사람들 가운데 사립학교의 자주성 신장을 반대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사립학교의 자주성은 의당 존중되고 함양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문제는 사학의 자주성이 무엇인가이다. 사학의 자주성이란 사립학교가 하나의 자치 단위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 이 자치는 당연히 민주적인 참여에 의해서만 정당성과 생기를 유지한다.

예를 들어 개정안에 명시된 사립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기구화나 교수회나 학생회, 직원회의 법정기구화는 이런 참여의 제도화에 다름 아니다.

학교 주체 참여 높이려면 필수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사학‘재단’의 자주성,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사학재단 ‘부패의 자주성’으로 오인하지 않는 한, 자주성을 명분으로 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개정 반대론자들은 또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유재산의 침해라고 주장한다. 걸핏하면 소유권 운운하는 이들의 주장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소유권 지상주의에 찌들어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소유권 또한 하나의 사회적 권리일 뿐이며, 그런 안에서 그 내용과 한계가 법으로 정해진다. 비근한 예로 소유권이 그토록 신성하다면 생명권과 신체권은 더 신성하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건장한 20대 남성은 자신의 목숨과 몸을 국가 방위를 위해 3년가량 국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 소유권은 사회적 합의에 터한 법에 의해 제한될 수 없는 자연적 권리가 아니다.

더구나 학교 법인에 출연된 재산은 법인의 소유이지 학교 설립자의 개인재산이 아니다. 학교법인은 국민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공교육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는 물론 소득세도 면제받는다.

그런데도 개정 반대론자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조차 시행하고 있는 사외이사제도에 훨씬 못 미치는 외부 감사제도의 제도화를 시도하는 민주당의 개정안조차 소유권 침해라고 목 놓아 외친다.

이 소유권 지상주의의 논리적 궁색함으로 인해 이들은 결국은 매우 낡은 냉전적 표상들을 끌어들이며 논리 포기로까지 나가 버렸다.

그 대표적인 것이 자유시민연대를 필두로 한 단체들의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 신문광고이다. 그들은 개정안이 지향하는 사립대학 교수회의 법정기구화나 사립중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기구화를 인민위원회에 의한 사학 접수 음모로까지 몰았다.

‘소유권 지상주의’ 버려야

그들의 논리대로 하자면 학교운영위원들이 선출한 전국의 교육감들은 인민위원회의 위원장쯤 될 것이며, 우리나라 교육은 사립학교를 제외하면 이미 인민위원회에 접수된 꼴이다. 교육자치제의 근간을 모독하는 이들의 주장에 국가기구 자체가 항의 성명조차 내지 않은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우리나라 사립대학 총장협의회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며 내건 광고이다. 그 광고에 나온 대로 사립학교법 개정 반대가 정말로 사립대 총장 ‘일동’의 의견인지도 의심스럽지만, 그것이 사립대 총장들 가운데 일각의 의견인 것만으로도 기가 찬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개정안은 총장이나 교장에게 교원 임면권을 부여함으로써 명백히 그들의 권력을 강화해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증대시키고 소신있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법을 외면하고 반대한 셈이다.

이것은 우리 사학의 총장들이 얼마나 재단의 힘에 예속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의 하나이며, 왜 사립학교법 개정이 절실히 필요한 지를 보여주는 예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이미 지적했듯이 별 설득력도 없고,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한 여론에 분열이 있는 듯 호도하려는 그들의 시도가 그리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사립학교법 개정 실패의 직접적 원인은 다른데 있다. 그 원인은 요약하면 의지가 박약한 집권 민주당과 겉으로는 양머리를 내걸고 뒤로는 개고기를 파는 한나라당 이거니와, 그 밑에는 모든 정치적 의제가 대통령 선거로 귀일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정치 다이내미즘이 있다.

민주당은 자기 당 소속 교육위 의원들이 마련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는데도 난항을 겪었다. 당내에 사립학교와 끈끈한 연을 가진 최고위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당론으로조차 확정하지 못한다면, 교육개혁에서마저 정치적 주도권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에 개정안은 당론이 되었다.

민주당 개정안도 미흡

그렇지만 그들은 개정안의 통과전략까지 짤 만큼의 의지는 없었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의당 청와대가 자민련 설득에 나서야 하고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교원정년 환원쯤은 들어줌으로써 그들의 개정 반대 명분을 제거했어야 마땅했다. 교원정년 단축이야 별 개혁 효과도 없는 채 개혁의 적만을 양산한 정책 실패였으니 그 실패를 자인할 필요조차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교육위 구성에서 한나라당에 열세인 그들의 상황이 모든 정치적 비난을 한나라당에 집중시킬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심 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본이 한나라당에 대해 모든 투쟁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대선 전략 차원에서 즐기기까지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로서는 야당 총재 이회창이 곤혹스런 상황에 빠져드는 현재의 국면이 9월 정기국회까지 이어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고, 그 때문에 6월 임시국회 회기 내 개정을 목표로 노력할 이유 또한 없었다. 다른 한편 오랫동안 부패한 사학과 끈적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1999년 사립학교법 개정의 주역들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처음부터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 전략 차원에서는 국민의 대다수가 열망하는 사학법 개정 요구를 정면에서 부정하기란 매우 어려웠다. 짐작컨대 사학법인 연합회가 그들에게는 매우 든든한 돈줄이기는 하겠지만(실제로 비리 이사의 대표격인 덕성여대 박원국 이사장은 최근에 한나라당에 5천만원을 기부한 바 있다), 모든 교육단체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대선을 생각할 때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1999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주도한 자기 당 소속 의원들이 시민단체의 낙선 운동에 의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일을 경험했다. 그래서 그들은 처음에는 민주당이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하게 되기를 바랐다. 될 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비키소서 하는 심정으로.

한나라 ‘정·학 유착’ 가관

그러나 민주당이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자 이번엔 공동여당간의 정책 공조 실패를 바랬다. 하지만 국본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 개정 여부의 책임이 자신들에게 밀려오자 몇 가지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했다.

첫째는 수구적인 언론들이 현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기 위해서 제기한 교실붕괴론이나 교육이민론을 받아들여 교육문제 일반에 대한 논의 속으로 사립학교법 개정 요구를 말아 넣어 그 예봉을 꺾고자 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공교육 붕괴 청문회 개최를 요구한 것이 그 예이다. 다음으로 그들은 현 정부가 스스로의 실정을 고백해야 하며, 더구나 당 정책위 의장인 전교육부 장관 이해찬 의원이 그 정책의 입안자이기에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 뻔한 교원정년단축 환원 요구로 맞불을 지펴 사립학교법 개정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국본의 거센 개정 투쟁으로 인해 이조차 여의치 않자 처음엔 여야 원내총무 합의로 개정안을 상정키로 하고는 이후에는 상임위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사학법인연합회와 공조하는 이상한 단체들과 학교를 운영하는 종교단체 그리고 총장의 성명을 이유로 개정 유보 성명을 내버렸다.

아마 사립학교법은 9월 정기국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개정될 것이다. 최근 언론사에 대한 공정거래위와 국세청의 조사 발표의 경우에서 보듯이 민주당은 개혁만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린다는 것을 뒤늦게 자각하고 있으며, 한나라당도 비리사학과의 연루 혐의만은 벗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그 개정의 매우 낮은 수위에서 이루어진다면, 즉 비리를 저지른 재단이사에 대한 처벌을 조금 더 강화하는 수준에서 머무른다면, 그런 개정은 우리의 어린 학생들과 연구와 교육에 정진해야 할 교수와 교사들을 부패한 사학 재단의 발톱에서 구해내진 못할 것이다.

9월 국회 개정 총력투쟁을

여전히 학생들이 몇 달씩 수업을 파행으로 몰고 교수나 교사가 머리띠를 두르고 농성을 함으로써만 겨우 비리를 폭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대한 규모로 존재하는 우리 사학의 공공성은 오직 그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함으로써만 확보될 수 있다.

그러므로 사립학교법을 대폭 개정함으로써 이 땅의 부패한 사학을 몰아내고 참된 공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열쇠는 여전히 교육주체들의 단결된 힘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개정의 전망은 그다지 어둡지 않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개정 투쟁 속에서 나날이 교육주체들의 연대는 강화되어 왔고 그 힘이 쑥쑥 자라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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