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은 언론인가?
-홍세화 <아웃사이더>편집위원
세무조사에 대해 조중동은 연일 ‘언론탄압’이라고 떠들고 있다.
그들의 ‘언론탄압’ 주장이 온당하려면 ‘조중동은 언론’이라는 명제가 성립돼야 한다. 광고상업지나 홍보지를 마구 찍어내는 것을 언론이라고 말한다면 언론을 모멸하는 게 될 것이다.
최근에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영향력 면에서 정치 권력을 능가한다”고 <조선일보>의 힘을 자랑했다. 그들에겐 오직 힘의 크기가 중요할 뿐 그 힘이 언론의 소명에서 탈선된 것인지 아닌지는 관심 밖이다. 공익 추구의 개념도 찾기 어렵고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이란 꿈같은 말은 그들의 무의식에도 없다. 조중동은 이미 권력이며 자본이다.
그나마 권력을 비판하기도 했던 조중동이 권력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정권 때 <동아> 광고 해약 사태 직후 기자다운 기자들을 내쫓으면서였다. 박정권의 채찍과 당근 정책에 따라 정권의 하위 수단이 된다는 조건 아래 허락된 조중동의 권력화는 전두환-노태우 정권과 1994년의 세무 조사 때 “심각한 비리가 드러났으나 적당한 수준에서 얼마만 받고 끝내라”고 지시했던 김영삼 정권에 이르기까지 계속됐다.
‘보도지침’에 대한 솔선수범과 광주항쟁에 관한 조중동의 보도는 그들이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했음을 드러내는 한두가지 예에 지나지 않는다. 일제에 부역했던 <조선>과 <동아>가 민족 앞에 사죄 한마디 없이 ‘민족지’를 떠들듯이 역대 독재권력에 아부하여 신용비어천가를 불러대고 금강산댐 소동을 벌였던 과거에 대해 사죄 한마디 하지 않는다.
왜? 그들은 다만 힘의 논리를 따르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한편 곡필의 대가로 주어진 당근의 맛은 아주 달콤했다.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거대 자본화의 길이 착착 진행됐다. 그 뿐인가. 민주화 운동으로 독재권력이 약해지면서 조중동의 권력은 상대적으로 강해졌으니 이런 신바람나는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김대중 정권의 등장은 기존 권력과의 게임 법칙에 따른 조중동의 신바람 행진을 가로막는 찬바람이었다. 조중동이 한나라당과 한 데 얽히는 사연이다. 이번 세무조사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명제에서처럼 조중동이 권력임을 확인시켜준 또 하나의 예이다.
국방 의무와 납세 의무는 국민의 4대 의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양대 의무일진대, 조중동 등 신문 족벌들은 가장 높은 병역 미필율을 자랑해왔는데 이제 가장 높은 탈세율까지 자랑하게 됐다. 그들은 변칙 증여, 명의 신탁, 가짜 영수증, 지출 비용 부풀리기, 돈세탁, 부당내부거래 등 재벌들의 탈세 수단이라면서 사설과 칼럼을 통해 비난해왔던 수법들을 그대로 동원했다. 그런 그들을 ‘언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그러면 조중동이 뻔뻔하게도 계속 ‘언론탄압’이라고 떠들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의 힘의 논리를 지금껏 떠받쳐준 지역감정과 극우반공주의이다. 지금 조중동이 한나라당과 한 패가 되어 선정적인 문구로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구태의연한 색깔론으로 반격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그들 스스로 권력집단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조중동은 언론탄압을 말할 자격이 없다. 언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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