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릴 발가벗겨 거리로 내모는가!”

지난 9월 30일 오전 8시50분경 성동구 행당 1-2 재개발 지역 내에서

벌어진 강제철거는 일반인들의 상식수준을 넘어섰다.

<인권하루소식>에서는 8일 이 사건을 보도한데 이어 당시 현장에서

팬티와 브래지어만 남긴 채 폭행을 당한 김아무개(40·여) 씨와 임아

무개(48·여), 윤아무개(43·여) 씨에게서 그때의 참혹한 상황을 들어

보았다<편집자주>.

김: 성동구청 부근으로 선전전을 하러 마을을 빠져나가는데 예감이 이

상했다. 택시를 타고 세입자대책위원회 사무실로 돌아오니 막 (철거)집

행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산동네 맨꼭대기에 세입자대책위 사무실이

있는데) 밑을 내려다보니 새까맣게 (용역깡패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용역깽패들이 대책위 사무실까지 들어왔고 나 역시 앞다투어

사무실로 들어갔다. 할머니, 아기를 등에 업은 아줌마들을 포함해 여자

들이 10여 명 있었고, 용역반원들은 40-50명 가량 있었다. 그 다음엔

유리창을 집어던지고 난리가 났다. 내가 “말로 하자”고 말하자 “개 같

은 년들 전부 다 내버려!”하고 소리쳤다. 나 역시 그대로 물러설 수가

없어 그중 한 명의 혁대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3명이 달려들어 “눈알

을 다 빼버린다” 면서 안경을 확 낚아채 던져 버렸다. 그리고 4명이

웃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 뒤 어깨죽지와 가슴을 만지고, 이불을 뒤

집어 씌우고 짓밟았다. “벽쪽으로 던져졌고, 기절했다”

윤: 김씨가 당하는 것을 말리자 한 용역반원이 떠밀어 벽에가 부딪쳐

잠시 기절했다. 그 뒤 음부를 얼마나 잡아뜯던지 너무 아팠고, 또 너무

비참했다.

임: 사무실로 들어서려는데 뒤에서 젖가슴을 양손으로 딱 쥐고 “이년

이 망패막이야”며 끌고다녔다. 팔을 뒤로 꺾었는데, 내가 김 씨가 당하

는 뜯었다. 그리곤 땅에 머리가 닿도록 목을 막눌렀다. 다시 할머니들, 애

엄마들과 같이 팔짱을 끼고 사무실 2층 입구에서 막아서자, 손가락을

꺾어 버렸다. 이 엄지손가락이 지금도 아프다. 그리곤 내 몸을 지그재

그로 흔들며 대문쪽으로 던져버렸다.

김: 임화용(적준용역, 행당 1-1 소장)이 발로 가슴과 배 사이를 걷어차

며 “저년은 (늙어) 여자도 아니다. 저 년 하나 죽여도 된다. 내가 책임

진다. 전농동(박순덕 열사)에서도 죽었는데, 죽이는 건 문제도 아니야”

며 소리쳤다. 다시 세입자대책위 마당에서 대문 밖으로 끌고 가면서 4

명이 바지를 벗겨버렸다. “망신을 줘야 다시 덤비지 않는다”면서 마구

욕을 해대며 한켱으로 날 던져버렸다. 그리고 잠시 실신한 것 같다.

임: 맞을 때는 눈물이 안났는데 내가 피나게 장만한 것들이 거리로 내

팽개쳐지는 것을 보니까 펑펑 눈물이 났다.

김: 길바닥에 누워있다가 깨어나 보니 적준의 방 차장이 짐을 하수도

에 내팽개치고 있었다. “아무리 짐같지 안아도 여기다 던지면 어떡하

냐. 해도 너무한다”며 막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 분하니까 저놈들이 하

는 욕도 제대로 안들렸다. 다행히 아들은 수련회에 가서 그 난리가 난

뒤 이틀뒤 밤에 돌아왔다. 전기, 전화전이 끊어져 동네 전체가 깜깜한

데 저만치 아들이 서있었다. 그 애가 날 보고 “엄마 집이 어디 갔어?”

하고 물었다.

임: 성동구내 인접 재개발 지역은 사업계획 고시일로 부터 사업시행

인가일까지 기간이 짧게는 8개월에서 42개월 걸려 공공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그 기간이 무려 8년 8개월이 걸렸

다. 그런데 이제와서 철거깡패를 동원해 내쫓는 게 말이 되냐. 구청은

맨날 법의 논리를 워 발가벗겨 우리를 내모느냐. 우리 세대에서 끝난다면 산동네라고 찾

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자식을 생각하면 물러설 수 없다. 대안이 있을

때까지 모두 각오가 되어 있다.

1997년 10월 9일(목요일) <인권하루소식>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