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지침’과 자활후견기관협회,누가 진검승부할 것인가?
지난 6월 27일 보건복지부가 지자체와 각 후견기관에 “자활후견기관 직제 및 보수지침”을일방적으로 시달했다. 그 내용은 신규후견기관의 실무자 전원 계약직 채용 및 기존 후견기관의 계약직전환 권고, 임금 및 직제의 하향평준화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을 이행하는 정도에 따라 평가하여 예산의 차등지급 및 기관지정 취소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침사건(?)은 전국의 후견기관 실무자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까지 경악하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7월 6일 자활후견기관협회는 임시총회 일정을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자활후견기관 직제 및 보수지침”을 일방적으로 시달한 사건, 그리고 그 이전부터 뜨거운 감자가 되어 온 협회의 정관개정과 협회 운영규정에 관한 건 등으로 총회를 앞둔 각 기관들과 협회는 팽팽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그러나 ‘지침’ 등에 대하여 각 기관들은 흥분하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 방식에 있어 혼란이 있는 듯하다.
즉 ‘지침’으로 드러나는 보건복지부의 문제와 협회의 민주적 운영과 논의구조 정립의 문제를 뒤섞어 오히려 논점이 흐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해결해 나가는 방식에도 많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협회의 ‘지침수정안’과 또다른 ‘지침’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각 기관은 ‘지침’에 대한 반발을 ‘(강한)협회의 역할’로 제기하는 한편 다른 축으로는 ‘협회의 민주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이 발생하게 한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민간단체의 자율성과 활동 원칙의 부재가 야기한 상황은 아닌가?
복지부의 지침시달에 대하여
후견기관 직원의 직제 및 보수에 대한 사안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태도는 행정기관이 민간단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으며, 후견기관을 자신들이 지휘·감독해야하는 하부조직으로 사고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준다고 하여 그 안의 운영에 개입하는 사례는 어용단체를 빼고는 볼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행정상의 과오를 인정하고 ‘지침’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즉 ‘지침’의 세부내용을 들어 수정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용을 들어 비판하자면 한없이 제기할 수 있겠으나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는 내용뿐 아니라 ‘지침’을 통해 드러나는 보건복지부의 관리와 통제의 의도이다. 하기에 ‘지침의 철회’를 원칙으로 제기해야 한다. 협상의 내용이 아닌 것이다. 또한 이번의 사례가 미온적으로 처리된다면 향후 이러한 방식이 관례가 되어 민간단체의 발목을 잡아 자활사업이 파행적으로 진행될 것이므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후견기관의 민주적 논의 구조에 관하여
후견기관들은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을 하지만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설립되었다. 따라서 후견기관은 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이룰 때에도 민간단체로서의 원칙과 내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협회의 구조를 보면 실무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아래로부터 논의를 모으지 않으며, 협회의 성원도 기관이나 기관장 개인일 뿐이다. 어떠한 조직이건 민간단체는 성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의지에서 출발하므로 협회는 실무자 전체를 포괄해야 하며, 모든 회의 구조는 실무자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대의원 구조로 가야한다. 실장이나 관장, 이사들은 일반기업의 과장, 부장, 이사와 같은 임원의 지위로 어떠한 사안을 결정하고 실무자들을 지휘·감독하는 역할이 부여된 것이 아니다. 이는 민간단체의 기본적인 생리이나 외면해 왔으며 최근의 정관개정에서도 총회를 회장의 아래에 위치 지우는 웃지 못할 비극이 발생하였고, 지부나 정보센터를 일개 사무처장이 지휘·감독해야 한다는 안까지 제출되었다. 사실 보건복지부가 협회를 자신의 하부조직으로 여긴 데에는 상층 중심, 명망가의 로비로 점철된 협회의 관행이 빌미를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총회는 협회가 개별 후견기관을 지원하고 논의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지원자의 조직으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구조를 모색하는 논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운동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활동방식
후견기관의 실무자들은 각기 사회운동가로서 헌신과 애정으로 지역에서 활동하여 왔다. 그런데 후견기관에서의 활동에 대하여 운동에 대한 신념이나 헌신과는 다른 차원인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임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즉, 자활사업에 투신하여 후견기관에서 일함으로써 자신은 노동자로서 규정되므로 자활사업 활동가의 지위와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복지부 지침과 관련하여서 실무자들은 협회의 게시판에 분노와 좌절을 담은 글을 올렸으나 그 외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협회 홈페이지의 게시판 글은 현실적인 힘이 되지 않는다. 불만은 조직되어야 힘을 가지는데 실무자들은 실장단이나 관장단의 논의, 또는 이사회의 논의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었다. 왜 모든 것을 협회를 통해서, 자활사업의 틀 안에서만 해결하려고 하는가? 협회는 조직의 논리가 있으므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간단체들이 후견기관을 신청하면서 운동단체와의 관계와 역할분담을 얘기하지 않았던가? 사실 협회가 복지부와의 관계에서 힘을 받기 위해서도 전국의 실무자들이 서명을 받거나 전국의 지부별 입장을 가지고 복지부와 면담을 하였다면 복지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조직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주어진 틀을 넘어서지 않는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침’의 문제를 인정한다할지라도 지침의 ‘철회’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류를 인정하고 ‘철회’하지 않는다면, 결국 ‘지침’은 살아있고 그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러저러한 한계와 긍정성을 인정한다고 하며 자활후견기관을 운영해온 민간단체들에게 ‘진검승부’가 필요한 때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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