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안 가리고 불법 엄단”>

입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시지…

정부, ‘노동자 죽이기’ 비난여론 모면하려 ‘잔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와 사를 가리지 않고 엄벌하겠다.”

최근 민주노총의 파업투쟁과 관련해 대통령부터 총리, 관계장관에 이르기까지 부쩍 ‘중립적 법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지난 6월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7월말까지 폭력으로 노조활동을 방해하거나 교섭을 거부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특별점검해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폭력을 사용해 노조의 정당한 활동과 쟁의를 방해하는 경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 △노조간부를 부당해고하거나 노조탈퇴를 유도하는 행위 등을 특별점검 대상으로 발표했다.

이어 6월27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노총 지도부와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엄벌을 약속했고, 검찰은 하루 뒤인 28일 전국검사장회의를 열어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엄벌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3일 정부종합청사에서 이한동 국무총리 주재로 노동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7월을 ‘부당노동행위 집중지도기간’으로 정하고 노동부 6개 지방청에 특별대책반을 꾸려 혐의가 있는 사업장을 특별점검하기로 했다. 이어 김호진 장관이 7월4일 외국투자기업과, 김 대통령이 5일 재계대표들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경영자쪽의 임금체불, 불법해고 등에 대해 경고했다.

금방이라도 부당노동행위 사용자들을 줄줄이 잡아들일 듯한 분위기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과 기준에 따르자면 파업현장에 용역깡패를 불러들인 울산 효성, 안산 동아공업, 레미콘 사업주, 경주 세광공업 등은 물론 단체교섭을 거부할 목적으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강행한 죽암휴게소 등 수많은 사업주들이 벌써 쇠고랑을 찼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멀쩡하게 부당노동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은 올해 들어 1백59명, 6월 한 달 동안에만 69명이나 구속됐다. 민주노총은 7월5일 총파업을 앞두고 “노동자는 이렇게 많이 구속됐는데 불법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사용자는 도대체 몇 명이냐”고 거듭 물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담당자들이 모두 출장 중이라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사법처리된 사용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민주노총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사법처리 된 사용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엄정중립의 법집행’을 강조하는 정부의 행보는 ‘김영삼 정권을 능가하는 노동운동탄압과 자본편향의 노사정책을 덮어보려는 잔꾀’라는 비난을 면키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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