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병호위원장에게 띄우는 글월
<세상읽기> 백기완
단병호 위원장에게 띄우는 글월
단위원장, 또다시 검거령에 시달린다면서요. 나는 그 소식을 듣자 입때껏 내 눈을 어지럽히던 마지막 꺼풀이 바사지면서 넋살이 퍼뜩 났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김대중씨가 노벨평화상을 탔을 때 나는 그것을 자기 뉘우침의 계기로 삼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노동자들을 더욱 악랄하게 탄압하는 것을 보면서 김대중씨의 평화, 그 평화상이란 이 세상의 평화나 노동자들의 평화를 도리어 짓부수는 범죄의 흉기임을 확인하며 치를 떨었다 이말입니다.
단위원장, 나도 며칠 전 강원도 인제를 가는데 일곱 번이나 검문을 받었습니다. 삼년전부터 민주노총 신현훈 씨의 차를 빌려 타고 있는데 그도 수배중이라고 차의 궤짝(트렁크)까지 뒤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은 군사독재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그런데 왜 그러느냐, 단위원장을 비롯한 진취적 노동운동의 뿌리를 박살내자는 폭거 만행이다, 따라서 김대중씨는 군사독재자보다 더 악랄한 독재자로 아니 반평화의 화신으로 낙인을 찍어 마땅하다고 발을 굴렀습니다.
‘검거령’은 민주노총 노선에 대한 치사한 보복
단위원장, 단위원장을 잡으라는 것은 무엇이겠어요. 김대중 정권 퇴진투쟁을 결의한 민주노총의 노선에 대한 매우 치사한 보복입니다.
하지만 단위원장, 김대중 정권 퇴진결의는 한 노동운동세력의 요구만은 아닙니다.
민족적 요구요, 세계사적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잘한 것입니다.
잘 아는바 김대중씨가 강행하고 있는 이른바 구조조정은 두 가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질 않습니까.
첫째 우리경제의 알맹이를 몽땅 미국 금융제국주의에 내주고 말었습니다. 예전처럼 군사적 강제점령만이 아니라 한 정권의 합법적 절차에 따라 아주 발가벗고 다 내준 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는 깡그리 미국의 금융독점자본에 예속되고, 이리하여 나라 사이에 불평등과 나라 아낙(내부)의 가난이 함께 구조화하여 미 금융제국주의를 깨트리지 않는 한 우리의 자주성을 회복하기란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실로 오천년 역사상 그 어떤 폭학·폭군도 저지르지 못한 반민족 행위지요.
두 번째 김대중씨는 우리겨레의 비원인 통일의 알짜(實體)를 파괴, 미국의 온 한반도 지배도 통일이라고 몰고 가고 있습니다.
통일이란 자주성의 회복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 땅의 자주적 기초를 몽땅 집어삼킨 미국의 금융독점자본이 그 자본증식 요구에 따라 온 한반도를 먹이로 삼을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또 자주성 회복의 실질은 국제 독점자본의 약탈적 지배로부터 고루 잘사는 균등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불균등질서를 구조화 합법화도 모자라서 절대가치화하고 있질 않습니까. 이때 국제독점자본에 의한 온 한반도 불균등지배는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더구나 김대중 정권은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필수과목으로 할 만치 미국 것이면 무엇이던 합법화, 환경화해줌으로써 정서적 지배의 전면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고도 김대중씨는 통일의 역군일까요. 아니지요. 미국 금융제국주의의 한반도 지배전략의 앞잡이지요.
그 앞잡이의 속성에 따라 김대중씨는 칼을 든 것입니다. 이 땅에 남은 자주성의 마지막 뚝방, 노동자·농민세력을 쳐 미국 금융독점자본의 한반도 지배를 완결시켜주려고.
여기서 노동자들의 싸움은 어렵기도 하지만 그러나 세계적 성격을 띠면서 빛나는 창조의 세계가 있다는 점에 영광과 보람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김대중씨를 만나거든…
그러나 저러나 민주노총에서 김대중씨를 한번 만나자고 했다면서요. 그러나 만나되 단위원장이 직접 만나 왜 김대중 정권은 퇴진을 해야하는가를 분명히 밝혀야하리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민족사와 세계사의 혼돈을 갈라칠 실천적 명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김대중씨가 나서야할 터인데 그러겠어요.
그러나 실망하지 말아야 할겁니다. 감옥엘 가보면 거짓과 폭력은 한때 성취는 할 수가 있어도 승리는 못한다는 것을 도둑놈들에게서 배우게 되질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단위원장, 하늘은 달려갈수록 넓어지듯이 인간의 최고 차원을 장악하려는 노동운동도 달려갈수록 끝이 없는 것이니 어느 구석에 있든지 그저 건강하시오. 건강만이 다시 만나게 할겁니다.
통일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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