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놀음을 당장 그만둬라 – 8차교육과정논의에 대해

학교 교육은 당신들의 포로가 아니다.

8차 교육과정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너무 생소한가? 내년 2002년이면 초등학교에서 7차 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되고 중학교는 2학년까지, 고등학교는 1학년까지 7차 교육과정이 확대 시행된다. 전교조는 7차 교육과정의 수정고시를 목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총력 투쟁도 불 사하겠다는 것이 전교조의 입장이다.

그런데 8차 교육과정을 이야기하자고 한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 일이 있었다. 지난 6월 1일 교원대학교에서 열린 2001 한국교육과정학회 학술발표 회에서 교육과정 학회 회장인 한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8차 교육과정을 논의해야 될 시기가 도래했음을 공식화했다. 6월 26일 단체교섭에서는 교육부측 교섭위원들이 “어차피 8차를 준비하기 위해 ‘교육과정심의회’를 구성할 때가 되었으니, 거기에 교원노조가 들어와 의견을 개진”할 것을 권유하였다.

아, 대한민국!!!!

교육관료와 관변학자들, 2-30년을 교육과정으로 먹고 산 사람들은 87년, 92년, 97년으로 이 어진 교육과정의 주기적, 전면적 개정을 돌아보며 2002년 8차 교육과정을 꿈꾸고 있는 것이 다. 현장과 괴리된 ‘그들만의 교육과정’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잘못된 제도의 구조적 폭력 때문이다. 7차 교육과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95년 6차 교육과정이 현장에 도입되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초등 1,2학년에서 도입되고 이듬해 96년에는 초등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97년에는 초등 5,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 년까지 확대 시행되었다. 97년 고등학교에서는 새로 개발된 6차 교육과정이 겨우 1학년에서 시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 2,3학년에는 도입도 시행도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 해 97년 12월 30일 7차 교육과정은 고시되었다. 아뿔사, 6차 교육과정이 현장에 전면 적용되 기도 전에 7차 교육과정이 고시된 것이다.

설마 국가에서 하는 일인데 그랬을라구? 교육부 에 연락해 보시라. 관료들의 입에서 나오는 변명을 듣는 것이 이 글을 읽는 것 보다 훨씬 분노를 자아내게 할 것이다.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한마디로 새로운 교육과정 논의가 먼저 개발된 교육과정의 현장 적용 후 드러난 여러 가지 사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해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학자들의 책상머리에서 관료들의 자리보존 욕구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이 교육과정 변화에 무감각하고 냉소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말이냐, 평가는 매번 이루어지고 있다’고?? 웃기지 좀 마라. 4차 교육과정부터 6차 교육 과정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점들이 어디 하나라도 개선되었는가? 예를 들어보자.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학생들의 학습량이 지나치게 많고 학습 내용이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4차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요구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다.

30여년 전에 제기된 문제인 것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는 오죽했으면 학습량과 수준의 적정화를 위해 학습 내용을 30% 줄이겠다고 공식화했겠는가? 그런데 7차 교과서 내용이 6차에 비해 30% 줄었는가? 결론은 하나도 줄지 않고 도리어 늘었다는 것이다. 이따위 평가를 평가라고 할 수 있는가? 이전 보고서를 참고해서 몇 마디 첨언한 것에 불과한 학자들의 평가 보고서를 가지고 평가가 이루어 졌다고 우긴다면 우린 할 말 없다. 그러나 정신 차리시라.

평가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평가는 그야말로 장난에 불과하다.

교육과정의 생명은 현장성이다. 교육과정은 고상한 학자들의 논문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매시간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사이에 이루어지는 수업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다. 교사가 곧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러니 현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현장의 필요와 요구에 기반한 교육과정 개발과 수정 보완은 근본적으로 교육과정이 존재하는 이유인 것이다.

현장에 겸손하라. 현장에 머리숙여라. 그렇지 않으면 교육과정은 없다.

몇몇 교육학자들과 교육관료들은 7차 교육과정을 해방이후 최고로 잘 만들어진 교육과정이라고 칭송한다. 심지어 7차 교육과정은 자동차로 비유를 들자면 ‘에쿠스’와 같은 존재인데 현재 우리 교육현실은 ‘티코’를 운행할 수준이기 때문에 문제이지 7차 교육과정은 정말 훌륭 하단다. 멋진 비유이다. 어이가 없다. 현재 우리의 교육 현실이 티코를 운행할 수준이라면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다. 먼 훗날 에쿠스를 운행할 것이니 지금부터 그 흉내를 내라. 뱁새가 황새걸음 흉내내다가는 가랑이가 찢어 진다나 뭐라나. 학자, 관료 나리들 제발 정신좀 차리시오. 도무지 학교 현장에 대해서는 쥐꼬리만큼의 이해도 없이 어떻게 학교교육의 설계도를 만든다고 나대는지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다. 교육 과정의 실패가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교육과정 논의를 현장에서 출발 시키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왜곡된 논의구조를 바꾸지 않는한 교육과정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전교조가 7차 교육과정을 수정고시 하자는 것은 바로 이러한 왜곡된 논의구조를 깨고 민주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현장으로부터 출발시키자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다. 왜냐고? 관료와 학자들은 독점적 기득권층이다. 이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틀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개혁보다도 힘겨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힘겨운 투쟁을 끝까지 해내고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

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파업을 불사하는 총력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95년 5.31 교육개혁안 발표이후 몇 년이 지나면서 우리도 모르게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동의하든 하지 않든 소위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변화를 강요받아왔고 동의하지 않는 변화까지도 막을 수 없었다. 8차 역시 그럴 것이다. 교육 현장의 반발이 아무리 심하다고 해도 87, 92, 97, 2002로 이어지는 교육과정 자체의 생명주기를 연장하기 위해 관료들과 학자들은 발버둥 칠 것이고 어느새 그것은 현실이 될 것이다. 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7차는 이미 시행되고 있으니 8차를 준비하자고? 우리가 8차를 잘 준비하면 상황이 변할것인가? 착각을 접자.

지금 이 자리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우리들의 요구를 관철시키지 않는다면 8차 9차 앞으로 계속된 교육과정 논의는 기존의 논의 구조를 통해 재생산 될 것이다. 이것은 곧 교육 과정에서 교사들이 소외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8차 교육과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은 7차 교육과정 싸움에 달려있다.

마지막으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왜 교육과정을 5년마다 주기적으로 개정해야 하는가? 총론을 포함하여 모든 교육 내용을 바꾸는 전면적 개정을 해야할 필요는 무엇인가? 7차 교육과정 투쟁을 통해 전면적 주기적 교육과정 개정의 관행을 없애자. ‘외국에서도 주기적 개정은 한다. 그러나 개정의 내용은 각 교과에서 교육과정을 계속 점검하고 부분적으로 바꿔 온 것을 고시하는 작업 정도이다. 어떤 내용을 선정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 각 교과에서 일상적인 토론과 논의를 통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

교육과정 개정의 시작과 끝이 모두 교과에서 각각 진행되는 것이다'(이대 황규호 교수) 전면적 주기적 개편이 아니라 상시 수시 개편 체계로 가야만 한 번 개정해 놓고 나서는 어떤 문제가 생겨도 다음 때까지 미루는 관행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

참교육 연구소 사무국장 김영삼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