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판사의 자의적 판단에 맡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규정, 억울한 피해자 양산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초기 약속한 국가보안법 개정이 여야의 의견대립으로 유야무야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보안법 위반자 중 가장 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이적 표현물’에 대한 규정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일 발행된 <시사저널>에 따르면 현재 이적 표현물로 규정된 도서는 총 1,220종에 달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교양 도서뿐 아니라 정치학·사회학 등 대학전공 도서 등 대형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책도 포함되어 있어, 국가보안법의 악용에 의한 피해자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 똑같은 책을 소지하고 있어도, 검사나 판사에 의해 ‘적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책을 소지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국가보안법 위반자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14일 ‘단국대 활동가 조직사건’과 관련 경찰청 소속 보안수사대원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된 정모 씨(22세)의 경우 검찰 기소과정에서 ‘이적단체 구성이나 가입혐의’는 사라지고 국가보안법 7조 5항에 해당하는 이적표현물 소지만으로 기소됐다. 체포 당시 사유와 기소 당시 사유가 달라진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압수 수색과정에서 나온 증거물 23종 가운데, 학생회 문건 2개와 책 1권을 이적표현물로 규정 정씨를 구속한 것이다. 2000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128명 가운데 117명이 “국가보안법 7조”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것도 ‘이적표현물’ 규정이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겠다.

▲이적표현물로 분류된 서적

가족 사유재산 및 국가의 기원(거름), 갑오농민전쟁(깊은샘), 껍데기를 벗고서(동녘), 경제학의 기초이론(백산서당), 공산당선언(백산서당), 녹슬은 해방구(백산서당),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2·3(돌베개), 다시 그람시에게로(한울), 독일 이데올로기(청년사), 러시아 혁명(나남), 마르크스 엥겔스 저작선(거름), 마르크스주의의 혁명적 사상(책갈피), 민족경제론(동녘), 바로보는 우리역사1,2(거름), 반듀링론(새길), 붉은산 검은피(실천문학사), 사회구성론과 사회과학방법론(아침), 자유로부터의 도피(풍림),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풀빛), 중국의 붉은별(두레), 참된시작(창작과 비평사), 철학에세이(동녘), 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소나무), 청년이 서야 조국이 산다(백산서당), 8억인과의 대화(창작과 비평사), 포이에르바하와 독일고전철학의 종말(백산서당), 프랑스혁명사 3부작(소나무), 조국은 하나다(창작과 비평사), 한국근대사·현대사(창작과 비평사), 한국공산주의운동사 1·2·3(이론과실천), 한국사회의 계급연구(한울), 해방전후사의 인식(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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