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정부, 노조 갈등 심화
노동당 지지 명시한 규약 변경 검토
보건, 교육, 교통 등 공공서비스에 사적 자본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영국 노동당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안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지난 16일 “개혁이 아니면 파산”이라며 어떠한 반대가 있더라도 공공부문 개혁을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노동당 정부가 집권 2기의 최우선 과제로 잡고 있는 공공서비스 개혁은 국영보건서비스(NHS)와 학교 등 공공서비스부문에 사적 자본을 투입해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영국의 공공서비스는 보수당 집권 18년 동안 정부의 재정투자가 줄어들어 낙후돼 있는 상황이다. 블레어 정부는 낙후된 공공서비스의 개선에 쓰일 재정의 마련방안으로 공공재원이 아닌 사적 자본의 투입을 내세웠다.
병원이나 학교에 민간 자본이 투자하게 만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노조쪽에서는 블레어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사기업화(민영화)를 가장한 것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6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블레어 총리는 몇차례 노조 지도부와의 면담을 가지면서 공공서비스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노조의 반응은 냉담했다. 노조는 국영보건서비스와 교육에 대한 민간자본의 투입은 국민들의 의료비, 교육비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의 개혁안에 명백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오히려 블레어 총리의 공공서비스 개혁안은 노동당 하원의원 총회에서 블레어 총리의 개혁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당 내부에서조차 비판을 받고 있다. 블레어의 계획은 전통적인 노동당의 정책, 즉 공공영역에 대한 재정투자 확대와 사회보장 강화에서 벗어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는 “사기업의 개입에 이데올로기적 경계는 없다”고 말하는 등 공공부문 개혁을 강행한다는 입장이어서 노조와 노동당 의원들을 더욱 격분시키고 있다.
공공부문 최대 노조인 유니슨(Unison)의 데이브 프렌티스 사무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총리가 공공서비스의 맨 앞 열에 있는 노동자들의 말을 듣지 않고 사적 영역과 로맨스를 즐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공서비스개혁에 반대하는 영국 노동자들의 투쟁은 시작됐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영국일반노조(GMB)는 25만 파운드(약 4억6천만원)를 들여 블레어 정부의 계획을 비판하는 정책광고를 신문, 방송 등에 싣는 한편 노동당에 대한 기부금을 25만 파운드 삭감할 계획이다.
이는 노조가 1년 동안 노동당에 지원하는 65만 파운드의 40%에 가까운 액수이다. 또한 유니슨(Unison)과 운수일반노조(T&G) 등은 오는 9월에 있을 영국노동조합회의(TUC) 총회를 통해 정부의 공공서비스 개혁 반대의 결의를 모아낼 계획이다. 유니슨 등은 노동당 지지를 명시한 노조규약을 재검토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블레어 정부의 정책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도 진행중이다. 이미 지난달부터 체신노동자들이 ‘우편업무의 현대화’에 항의하는 파업을 벌였는가 하면 철도와 런던지하철 노동자들의 파업 또한 계속되고 있다.
영국 공공부문 노동자의 조직률은 60%를 넘어서고 있다. 대처정부 시절 사기업화에 이끌려 가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노동당 정부의 ‘배신’에 맞선 투쟁을 자신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조합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가 “노동조합이 1970년대 투쟁깃발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다.
한편 당내에서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로이 하터슬리 전 노동당 부총재가 <옵저버>지에 “노동당은 더이상 나의 정당이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공개적으로 블레어와의 한판 대결을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하터슬리는 “민간 자본의 투입은 병원과 학교의 영리위주의 경영과 경쟁심화로 이어질 것”이며 블레어 정부의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1997년부터 시작된 1기 집권기간 동안 비교적 노조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던 블레어 정부의 집권 2기는 ‘서서히 진행되는 사기업화’를 저지하기 위한 영국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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