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 악용, 위장집회 급증
1년치 집회신고 미리 낸 곳도 있어
노동자와 주민들의 집회를 막기 위해 상반된 이해를 갖는 측에서 장기 집회 신고를 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경찰청이 집계한 ‘집회시위 신고현황’을 보면, 전국 집회 신고건수는 99년 1만 9705건에서 2000년에 4만 3143건으로 119%가 늘었다. 이 가운데 타인이나 다른 단체의 집회 개최를 저지하기 위한 위장집회도 757건(14.3%), 1주일 이상 장기집회 중에는 위장집회가 51%를 차지했다.
한편 2001년 8월1일부터 무려 1년 뒤인 2002년 7월 31일까지, 해 뜨는 시간에서 해 지는 시간까지 집회신고를 낸 곳이 있다. 바로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인데 이는 주한미군 철수, 미군기지 반환, 주한미군 범죄 규탄 등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조치였다.
또한 지난해 6월부터 전국의 전화국 앞에 집중 신고된 집회 역시 정리해고에 항의하는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조합의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허위 집회 신고였다.
이같은 위장집회가 가능한 것은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동일장소에서 2개 이상의 단체가 집회를 할 수 없고, 집회기간도 제한이 없다는 점이 악용되기 때문. 그로 인해 정작 피해를 입고 억울함과 도움을 호소해야 할 당사자들이 집회의 자유와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재벌기업의 남다른 수완은 여기에도 발휘된다. 삼성 SDI 부산공장(울산 소재)은 작년 7월 해고 노동자들이 회사 앞에서 집회를 하는 통에 업무에 방해가 되고 명예가 훼손된다며 ‘업무방해 등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이에 울산지방법원 제10민사부는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고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그 행위 1회당 50만원씩의 벌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초에 아예 해고자 17명과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금속연맹 울산본부, 현대중공업 노조 모두를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현대미포조선도 “회사를 비방하는 유인물 배포, 현수막 부착, 엠프를 이용한 가두방송, 노숙시설물 설치 등 일체의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시 1회당 1천만원씩을 지급하도록 해달라”는 요지의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 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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