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권이여, 왜 침묵하고만 있는가?

또 한바탕의 정치적 소란이 일어났다. 지난 6일 북·러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주한미군철수’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자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나라당은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주한미군이 남한에 주둔하는 것을 용인했다”고 한 김대중 대통령의 ‘안이한’ 대북관을 비판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공동선언문에 명기한 것은 대남적화 전략이라는 북의 기조가 조금도 바뀌지 않았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개탄하는 논평을 내었다. 자민련은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대남전략에 이용당하고 있지 않느냐”며 잔득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미국은 “주한미군 문제는 한·미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불쾌해 하고, 양성철 주미대사는 “3만 7천 주한미군은 한반도의 평화보장과 역내 안보와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며 온갖 아부를 늘어놓았다.

침묵하지 말고 우리의 요구에 대답하라

그러나, 한나라당, 자민련, 민주당, 정부 그 어느 누구도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다.

첫째, 북한이 ‘주한미군 용인 의사 표명’에서 ‘주한미군철수’로 급선회한 데에는 미국의 ‘대북한 강경 노선’에 큰 책임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는 미국안보와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북한 강경 노선을 채택하고 한반도의 정치적 긴장을 조성하고 있으며, 이것은 당연히 북한, 중국, 러시아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는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카드중의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구보수세력들은 한 목소리로 ‘변하지 않는 북한의 대남적화 전략’이라는 양치기 소년 같은 말만 하고 있으니, 이는 냉전시대의 안보이데올로기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지지 않은 구례의 모습에 불과하다.

둘째,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의 범죄와 해악들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일상적 수준에 이른 주한미군의 살인, 강간, 폭력 등의 범죄행위, 미군기지주변의 환경오염, 전국 90개소 이상, 총 8천 2백 평 남짓, 공시지가 12조6천억에 이르는 미군공여지, 린다 김과 같은 로비스트도 모자라 한·미연합사령관까지 동원되는 무기 세일즈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고 있는가?

한반도의 평화를 두려워하는 자들

미국 부시 행정부의 안보전략의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세종연구소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랜드연구소의 보고서를 참고한 것에 불과하다.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한반도에 대해서 미국이 군사적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MD체계를 통해서 더욱 강력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안보전략의 일환에서 검토되고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의 지상군을 축소하고 대신 해군력과 공군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2003년 동해 앞바다에 이지스 함을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이것을 단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된 한반도’는 한국의 냉전적 수구보수세력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며, 미국 군산복합체가 마음껏 장사할 수 있는 목 좋은 시장이며, 동아시아, 나아가 동남아시아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미국의 교두보이다. 그 한가운데 주한미군주둔이 있다.

주한미군. 너희는 방해물일 뿐이다, 즉각 철수하라. 한반도 평화정착, 아시아 동쪽 지역의 안정은 너희들이 없어져야 가능하다.

김대중정권. 수구보수세력의 냉전논리에 부화뇌동하지 말라. 각종 주한미군의 범죄행위를 즉각 척결하라. 불평등한 외교관계를 조속히 시정하라. 한반도의 긴장, 동북아시아 지역의 불안의 주범이 미국의 세계패권주의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라. 주체적 자세로 주한미군 철수와 ‘MD’반대를 선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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