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로 세상보기(김태일 푸른영상 사무국장)
세계 여러나라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만을 가지고 영화제를 10일씩이
나 한다. 다큐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다큐만을 보고 다큐를 만드는 작
가와 만나서 다큐에 관한 이야기만을 나눌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매
력적인 일이다.
영화제는 야마가타시가 스폰서로 되어있다. 25만의 시에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제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500명의 자
원봉사자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영리목적이
아닌 다큐멘터리를 가지고 돈을 투자하면서까지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야마가타시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언론에 화려하게 등장하지도 일
본전역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큐멘터리 영화제중 세계적인 영화제
로 우뚝섰다는것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제 진행중 헤프닝도 있었는데 네델란드 감독이 만든 인도네시아에
관한 작품이 세관 검열에 걸려 12초나 잘려나간다. 인도네시아 원주민
들의 집단 목욕장면이였는데 일본 영화법은 남녀의 성기부분에 대해서
완고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정치적인 검열은 없다고 한다. 감
독은 영화제 내내 검열의 부당함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떤 검열이든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수 없는 일이다. 아쉽게도 영화제기간동안 인
권영화제에 관한 조기 상영 중단에 관한 관련자료들을 준비하지 않아
게시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작가와의 대화시간에 한국
에는 아직도 검열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적인 내용을 담은 작품을 상
영하기 힘들다고 하자 방글라데시 감독은 아직도 검열이 있는 나라가
있느냐며 웃었다.자기네는 작품 만드는 것이 어렵지 정부나 기관에서
압력은 전혀 받지 않는다며 한국상황이 열악하다는 말은 여기서 처음
듣는다며 놀라워했다. 대부분 감독들은 내 얘기를 듣고 어처구니 없어
하는 표정들이였고 이를 설명하는 내가 부끄러울 지경이였다.
출품된 작품들은 세계적인 정치적 변화나 자국의 사회적 상황들을 담
고 있지 않았다. 주제보다는 표현방식에 대한 논의가 중심될만한 작품
들이 많았다. 그러나 여전히 열악한 상황속에 놓여 있는 아시아권의
캄보디아나 필리핀 등지에서는 개인과 개인의 관계보다는 사회와 국가
정치와 인간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것은 다큐가 사실을 기록한
다는 본연의 임무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뜻일것이다. 난한 나라에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 어린아이라는 사실이였다. 한
국의 6,70년대를 연상케하는 사회적 상황과 아이들의 열악한 모습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주로 자국의 현실을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인
터뷰를 통해 잘드러내고 있었다.인도네시아 작품에서는 먹을것이 없어
도시의 중산층에 일하는 아이에 관한 작품이였는데, 돈이 있으면 먹을
것을 사서 배가 터지도록 먹고싶다는 대목에서 아시아의 가난한 아이
들의 심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매춘과 마약까지 서슴치 않
는 빈곤층의 아이들의 인권은 어디에서도 보장받을 수 없는 절박한 상
황들이 작품속에서 보여지고 있었다.
작품중 인상적이였던 것은 일본의 젊은친구가 만든 ‘한국 BC전범에
대한 기록’은 구성이나 내용이 흠잡을데가 없었다. 21살의 어린나이에
무게있는 역사문제를 다룬 일본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시아지
역을 베낭 여행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일본인들이 전쟁기간동안 얼마
나 잔혹한 행위를 했는지를 알고 이것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일본 젊
은이에게 보여주겠다며 오랜시간의 자료조사와 당시 한국인을 찾아서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가슴 찡한 감동을 받으며 박수를 보냈
다. 그는 특히 한국인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것에 너무 놀랐다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내년 인권영화제에 당신을 꼭 초청하도록 얘기
해보겠다고 하자 너무 좋아했다. 이번 영화제기간 본 작품중 가장 큰
감동을 받은 작품이였고 역사적인 문제에 대한 어린친구의 가상한 노
력을 대하고 깨닫는바가 컸다.
영화제에 참가해서 개인적으로 많은 느낌을 받고 오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경우 영화제가 우후죽순처럼 개최되지만 정말 영화제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제를 찾기란 쉽지않다. 검열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면서 감
독의 이야기가 영화에 묻어나는 영화제, 영리목적보다는 영화로서 만
남의 장을 만들어가는 장소가 되는 야마가타 영화제는 기본적으로 부
러웠다. 작지만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줄수 있는
작은 영화제인 인권영화제가 어려운 상황속에서 계속되어야할 소중한
의미를 야마가타 영화제에서 느꼈다.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검열을 거
부한 작품들이 보여지고 영상으로 인권을 얘기하고 현실에 눈을 돌린
작품들이 상영되는 작지만 힘있는 영화제가 우후죽순처럼 널려있는 영
화제에
1997년 10월 21일 화요일 제9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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