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비한 가위질, 자기검열의 확장
최근 관객 1백만을 동원, 흥행에 성공한 영화 <접속>은 남녀간의 사
랑을 컴퓨터 통신이란 매체를 통해 다루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비결
은 진부한 사랑얘기를 사이버 공간이란 특이한 소재로 다가갔다는 점
을 들 수 있다.
이렇듯 불과 4-5년동안 우리사회는 ‘컴퓨터 통신’ 이라는 새로운 미디
어를 경험하고 있다. 이제 컴퓨터 통신으로 사람들은 시간과 공간의
차이를 넘어 서로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장미빛 미래에 대한 희
망과 환상을 동시에 꿈꾼다. 그러나 감시와 통제가 도사리고 있는 사
회에서 장미빛 미래는 그저 환상일뿐 ‘검열’의 칼날은 언제든지 당신
의 존재를 소리소문없이 제거할 수 있다.
통신공간에서 검열을 집행하는 법적 근거는 전기통신사업법이다. 96
년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정보통신부장관이 공공 안녕질서와
미풍양속을 해한다고 인정되면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그 취급을 거
부 정지 또는 제한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검열을 집행하고
있다. 사법부의 판단없이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의 아이디를 정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인데, 이때 광범위한 사전
사후 검열이 진행된다.
최근에는 안기부법과 노동법이 날치기 통과되어 어수선했던 97년 1월
11일 ‘통신보안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53조 시행령 16
조가 발표되었다. 시행령 16조는 수사기관이 사법부의 영장없이 자의
적으로 통신권을 제한조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통신연대, 민변 등
사회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통신공간에서 무자비한 가위질은 최근들어 더욱 심각하다. 97년 국정
감사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7월말까지 컴퓨터통신 아이디(ID) 사용
정지와 폐쇄건수는 3천2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년치 2천4백
13건보다 많은 것이다. 업체별로는 데이콤이 1천8백38명, 나우콤이 6백
23명, 한국피시통신이 3백59명의 아이디를 1개월에서 3개월 동안 정지
시켰고 삼성에스디에스는 2백6명의 아이디를 폐쇄했다.
이렇듯 국가검열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사회통제의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 「정보통신 검열철폐를 위한 시민연대」(대
표 장여경, 통신연대)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4개 컴퓨터통신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1.6%가 ‘자기검열
‘을 실시하고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