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인사 688명, 김 당선자 약속이행 촉구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관심사로 떠오르는 인권 현안 가운데 하나는

전자주민카드제도다.

전자감시체제를 우려한 각계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11월 정기국회에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정부는 사

업 추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제 시행

에 반대해온 김대중 씨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전자주민카드사업

은 새로운 변수를 맞이하게 되었다.

법률소비자연맹(총재 김대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새정치국민회의는

전자주민카드 사업과 관련한 답변서를 통해 “전자주민카드가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정보통제 등 개인 종합정

보의 악용 우려 △보안·안전 등 기술적 결함 △선진외국에 없는 제

도”라는 이유로 “전자주민카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현행

주민등록제도를 장기적으로 폐지하고, 지문채취제도 역시 폐지하겠다”

는 뜻도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역시 지난해 12월 14일 TV합

동토론회에서 “전자주민카드 도입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각계에서는 김대중 당선자가 전자주민카드사업을 중단시키는

가시적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하는 속에서도, 지금껏 제도를 추진해

온 행정관료들이 제도 시행을 기정사실화할 것이라는 데 우려의 목소

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6일 행정쇄신위 내 구조조정심의위원회가 지방행정구조 축소방안을 논

의하면서 “읍면동 폐지문제 등은 전자주민카드의 전면 도입과 때를 맞

춰 해 나가겠다”고 의견을 모은 것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30일 함세웅 신부, 김진균 교수 등 종교계 및 학·법

조계 인사 6백88명은 “전자주민카드를 반대한다는 김대중 대통령당선

자의 약속을 즉시 이행하라”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선언에 참여한 인사들은 “전자주민카드를 담당하는 행정관료들이 아직

까지도 제도의 강행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며 “김 당선자와 정권인

수위원회는 제도 시행을 기정사실화하려는 행정관료들에 대해 다시한

번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발급이 시작되는 98년 12월부터 몇천억원대의 대규모 예산이

사용될 전자주민카드 사업은 IMF 시대의 긴축재정 상황에서 최우선적

으로 포기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김 당선자가 전자주민카드 시행계

획을 철회한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선언할 것 △주민등록제도개선위원

회 설치 △프라이버시보호기본법의 제정 등을 촉구했다.

한편, 오는 9일 내무부 업무보고를 받게 되는 정권인수위원회에서 전

자주민카드 사업이 어떻게 논의될지도 관심을 끌고 있다.

1998년 1월 7일 수요일 제10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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