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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박기복 ┃ 2002년 ┃ Digi-Beta ┃ 105분

상영관: [하이퍼텍 나다] [강남 씨어터 2.0]

삶의 끝자락에 놓여진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호기심 때문일까. 부유하는 영혼과 현세의 인간을 매개하는 존재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아가는 경외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동시에 삶과 죽음의 흐릿한 경계 위에 자리한 애달픈 삶들을 마주할 때면, 묘한 정서적인 긴장감이 감돌면서 삶의 희노애락이 응축되어 새롭게 화(化)한 듯한 낯선 감정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라는 부제가 붙은 <영매>는 그간 변방에서 숱한 이들의 일상과 함께 호흡해 온 한국의 무(武)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포항, 진도, 인천 등지를 순례하며 곳곳에 흩어져 있는 무(武)의 유산들을 담았다. 의뢰인의 절박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을 숭고한 예술로 승격시키는 진도의 씻김굿을 비롯하여, 황해도 굿, 별신굿 등을 선보이면서 굿의 주재자와 영혼 사이의 교감, 굿에 참여한 이들의 반응을 섬세히 포착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는 길을 축원하는 제례적인 의식이자, 공동체적인 놀이인 굿판으로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또한 생전에 뜻을 깊숙이 나누지 못한 채 삶과 죽음의 영역으로 갈라진 모자, 자매 등 무(武)를 통해 한을 풀고 서로를 보듬어 안게 된 인간 관계에 주목한다.

산 자와 죽은 자를 매개하며 한맺힌 존재들을 달래주지만, 정작 본인은 불편한 사회의 시선을 감내하며 숙명인 듯 고달픈 삶을 동반해야 하는 ‘무당’. 카메라는 ‘무당’의 삶을 깊숙하고 담백하게 응시하면서, 그들이 짊어진 버거운 짐이 가하는 쓸쓸함과 고통의 감정을 일정 정도 관객에게 전이시킨다.

영화 전반부에 화려한 색채를 띄며 벌어지는 굿판은 진기한 풍경으로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포착되고, 다소 과도하게 개입된 듯한 나레이션은 화면 속 시공간의 느림과 발맞추고픈 감정의 흐름을 차단한다. 그렇지만 영화 속에 간간이 배치된 서정적인 비경을 통해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구성진 창 가락에 실린 무(武)와 소통을 반복하다 보면, 작품은 단순한 교양 다큐멘터리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서정적인 감흥을 준다.

현대 과학의 외연적인 결과물들이 일상 곳곳, 인식 너머까지 침투해 있는 지금, 작품은 삶과 죽음의 영역을 넘나들며 고단한 개인사와 인간사를 치유해주는 ‘무당’의 고뇌와 한, 그네들이 펼쳐내는 굿판을 성스럽게 그려낸다. 더불어 망자의 넋을 기리고 죽음으로서 화해하게 되는 안타까운 인간사의 관계들을 감싸주는 역할을 부각시킴으로서 한국의 전통 무(武)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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