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3시50분 서울지법 공판정 311호, 1백50여개의 방청석 어
디에도 빈 자리는 보이지 않고 가장자리 통로도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
다. 그러나 같이 온 사람끼리도 선뜻 눈을 마주치거나 귓소리를 주고
받지 않는 이상한 침묵이 흐르고, 가끔씩 마른 기침소리만 들려왔다.
정각 오후 4시, 재판부가 입정하고, 법대 아래 좌우에 검사와 변호인
이 착석하자 공판은 속개되었다. 이날 공판의 15번째 피고인이 재판장
의 호명에 따라 입정했다. 피고인 김모 충청총련 대의원(모대학 노어
노문학과 4학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덥수룩한 뒷머리칼 아
래 귓부리가 한참 앳되 보였다. 국가변란을 꾀하는 어마어마한 조직
한총련의 대의원은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었다.
“피고인은 북한공산집단의 통일전선전략에 따라 결성된 범청학련의
지시하에 범청학련 남측본부가 주최한…”으로 시작되는 검찰의 추상(?)
같은 직접신문이 높낮이 없이 지루하게 계속되었다. 그러나 정작 몇권
의 사회과학서적, 한총련 대의원대회 자료집, 범청학련 남북해외 연석
회의에서 박수를 친 사실이 있다는 피고인의 진술 따위가 북한을 찬
양.고무한 중거의 전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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