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중언론 참세상의 [[논평] 또다시 노동자 협박하는 8.15 경축사] 에 관련된 글.

(전국청년학생한마당 제안서)

우리의 희망은

희망 없는 이들로부터만 나올 수 있다

과거의 상처를 치유함으로써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60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뻔뻔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제국주의 전쟁에의 부역은 테러와의 전쟁에의 동참으로 반복되고 있고, 과거의 어두운 지배질서는 정치-자본-언론-검찰이 유착한 신자유주의의 횡포로 변모했음이 X파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재진행형의 상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은 실상 과거의 일”이라고 자신하는 대통령의 행태는 실로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수익으로 넘쳐나는 현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장롱 속에 쟁여두는가 하면 이 땅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란 족쇄에, 가난이란 굴레에 신음하고 있는 이 현실이 보이지 않는다면 도대체가 그의 쌍꺼풀 수술은 폼이란 말입니까? 이런 마당에 그가 말하는 ‘대화와 타협’, ‘양보와 협력’이란 약자들에 대한 일방적인 강요일 따름입니다. 적반하장 격으로 노동자들의 기득권을 운운하고, 해고 좀 맘껏 하자고 눈웃음치는 꼴을 보며 우리는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너나 잘 하세요.”

우리가 희망을 느낄 수 있었던 때가 대관절 언제였나 하는 까마득함을 뱉어봅니다. 더 이상 이 땅에 희망이란 것이 피어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떨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국민 소득 2만불’에 나오는 ‘국민’이기를 포기한 지는 이미 오래고, 주가지수는 민중들의 삶과는 전혀 관계없이 사상 최고치의 문턱에서 독야청청하고 있습니다. 저들이 선전해대는 가파른 그래프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에스컬레이터이지만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미끄럼틀입니다. 그것도 날카로운… 얼마 전 전기료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놓고 자다 화재로 한 여중생이 사망한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하기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30배나 높은 이 나라에서 이 땅의 민중들이 목숨 걸고 살았던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만, 단전대상 가구가 100만을 육박하는 시대에 이러한 사고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희망 없는 가난은 견딜 수 없다’는데, 이제는 너도 나도 비정규직이라 쌔빠지게 일해도 가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하는 사람의 반이 비정규직이고 전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보장하라고 있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도, ‘불량주부’도, ‘금순이’도, ‘삼순이’도, ‘친절한 금자씨’도 모두 사이좋게 비정규직입니다. 정부는 이것을 ‘보호’라고 떠벌리고 있구요.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의 삶을 끝없이 가르고 내친 탓에, 최소한의 ‘관계’도, ‘정치’도 힘겨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의 공간 역시 돈벌이의 먹이감이 되어버리긴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나의 경쟁과 무관한 모든 것에는 그저 무신경해졌고 서로를 귀찮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네 삶은 더욱더 파편화, 피폐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무엇이 돈이 될까 주판알을 굴리며 호시탐탐 우리의 삶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 수많은 고통과 죽음들이 결코 남의 일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은 희망 없는 이들로부터만 나올 수 있습니다. 다시금 진득하게 손을 내밀어 데카당스를 걷어내야 합니다. 위기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것도, 우리의 삶을 지켜내는 것도 결국 우리 스스로입니다. 그 어떤 평론가도 영화를 직접 만드는 감독보다 영화를 더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돌이켜보건대, 아무리 척박한 땅 위에서도 들꽃을 피워냈던 것은 청년학생들의 정직한 분노였습니다. 언제나 민중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눴던 학생운동은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마지막 보루였고 꺼지지 않는 한줌 빛이었습니다. 치열한 반성과 모색으로 학생운동의 새로운 물결을 다시금 만들어 나갑시다. 13회 전국청년학생한마당에서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살아갈 ‘동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13회 전국청년학생한마당 서울대 참가단장

살아있다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25대 법대학생회 학생회장 권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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