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가수가 한국 주류가요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두가지 전략을 선택치 않고는 ‘해먹기’ 힘든 시대로 바야흐로 접어든 듯. 최근 들어 각종 온오프라인 매체들이 사생결단으로 도배하고있다시피 섹시코드로 중무장한 ‘뜨거운 여자’가 되는 것이 그 하나요 삶은 기차화통과 꾀꼬리의 법통을 동시에 잇는 우렁차고도 우아한 목청의 ‘유능한 여자’가 되는 것이 둘이요, 요 두가지 전략이야말로 잘 나가기 위한 처세술이자 살아남기 위한 생존술일 터. 허나 어찌한다. 사태의 주관자인 기획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쫓아 지나치게 해먹다 보면 어지간히도 ‘해처먹는다’는 세간의 삿대질을 예상키는 어렵지 않은 법. 저들 나름의 방어선을 마련해놓고 있었더니 입만 열면 음악성 타령이요 펼치자니 장르 놀음이라.
서태지와 호형호제하는 양현석이 진두지휘하는 YG엔테테인먼트의 주력 가수 거미. 그녀의 세 번째 정규앨범인 본 작품은 ‘그 때 그 양반들’이 그랬듯 당대 서방 주류시장의 유행을 가장 적나라하고도 민첩하게 흡수통합하여 한국에 내놓다,라는 대전제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멀게는 메이시 그레이나 인디아 아리로, 가깝게는 알리샤 키스나 열여덟 천재소녀 조스 스톤까지. 바로 네오소울(Neo Soul)이라 불리는 물건너 팝시장의 인기장르가 바로 그 놈일테다. 방법론으로 치자면 R&B라는 알맹이에 레게, 소울훵크, 힙합 등 여러 장르의 요소를 곱게 칠하고 바르고 닦아 감각적 인상을 마련하는 한편 걸출한 보컬리스트로서 기교와 멋을 내세우는 노래발은 박정현과 이은미를 섞어놓고도 모자라 한영애의 떨떠름한 블루스 창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이쯤되면 본 앨범이 이전 것들에 비해 부각시키고 있거나 차별점으로 발탁한 것이 블루스 임을 알아차리기는 수월할 듯 보인다.
안타까운 점은 이것이다. 본 앨범 곳곳에 드러나는 블루스 색채는 네오소울이란 검증된 상품을 벤치마킹하는 데서 나아가 ‘한국식’이라는 알리바이를 마련코저 펼치는 전술적 태도일테지만 그 블루스 냄새가 시카고나 멤피스의 그것이 아니라 ‘신촌’ 냄새가 팍팍난다는 점이다(신촌블루스의 새 보컬 거미?). 그래서 문득 한영애가 떠오른 것일테고.
자, 이 양반들아, 해먹어도 좋고 해처먹는 것도 좋으니, 제발이고 쓸데없는 방어막 치느라 음악내적 일관성을 무시하진 말아다오. 어차피 한국 가요시장이 돈놓고 돈 먹기식 야바위판으로 전락한 것은 어제오늘 아니니 재능있는 여자가수를 ‘박정현+이은미+한영애’ 따위 중구난방 노래나 불러제끼게 부추기지 말란 말이다. ‘고마해라, 마이무따 아이가…’란 영화대사가 생각나는 가을이다. / 고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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