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담당부서에선 “계획없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국민회의 천정배 의원의 ‘국민인권기구’ 구성 제

안에 대해, 법무부장관은 지난 18일 답변을 통해 “97년말까지 ‘인권위

원회’가 설치되도록 연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 담당부

서에선 ‘국민인권기구’ 설치와 관련한 아무런 계획이나 프로그램도 실

행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독립기구로 도입검토

법무부는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인권문제를 전담하는 독립적

기구로서 인권위원회 도입을 검토중에 있으며, 97년말까지 법무부·노

동부· 외무부 등 관련부처 공무원과 변호사, 교수 등으로 구성되는

인권위원회를 설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부 담당부서의 한 관리는 “아직까지 부서내에서 국민인권

기구와 관련된 구체적 추진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인권문

제는 민간단체가 다 알아서 하는데 굳이 정부기구까지 나설 필요는 없

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인권기구가 생긴다면 어차피 정부 입장을 대변

하는 기구로서 역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입장 대변역할 우려

법무부의 추진상황과는 별도로 국민인권기구는 중요한 문제점을 안

고 있다.

법무부의 답변안을 살펴보면 ‘인권위원회’의 구성에는 민간인권단체

가 빠져 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리는 민간단체를 일부러 배제시켰

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국민인권기구인 ‘인권위원회’를 인권문제에 대

한 정부대변기구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제기된 국민인권기구의 역할과 책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이러한 의도가 구체화한다면 국내 민간인권단체의 심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인권기구란?

민간단체 참여가 독립성 보장의 핵심

국민인권기구란 사법부와 행정부의 인권관련 부서와 별도로 인권의

보호와 신장을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다루는 기구를 말한다. 국민인

권기구에 대한 논의는 이미 60-70년대부터 활성화됐다. 78년 유엔인권

위원회는 국민인권기구를 아직 설립하지 않은 국가에게는 이 기구를

설립하도록 촉구하였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국민인권기구의 활동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하였다.

91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국민인권기구의 지위와 기능에

관한 ‘파리 원칙’이 권고안으로 채택되어 93년 2월 유엔 인권위에서

승인되었다. ‘파리원칙’에 따르면, 국민인권기구는 다음과 같은 권한과

책임을 가진다. △인권 보호와 신장에 관련된 정부의 제반 정책에 대

한 보고서, 권고안, 제안문을 만들어 정부, 의회 등의 국가기구에 제출

하고 △정부가 가입한 국제인권규약을 준수하도록 촉구하며 △국제인

권규약을 가입·비준하도록 권장하고 △언론과 교육을 통해 각종 차별

을 철폐하기 위한 노력을 여론화하여 국민의 인권의식을 높인다.

파리원칙의 논의사항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독립성의 문제이

다. 국민인권기구가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선 그 구성에 민간인권단체,

노조, 변호사, 의사, 언론인 및 과학자 등 관련 전문가단체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민간인권단체의 참여가 독립성을 보장하는

핵심이라는 것이다.

국민인권기구는 현재 약 30여개 나라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보통 인권

위원회 형태이며, 옴부즈맨, 중재자, 민중의 옹호자라는 유사한 기구도

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인권위원회는 차별과 관련된 인권침해

사례를 주로 다룬다.

96년 10월 23일 (수요일) 인권하루소식 제7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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